[르포] "어렵지만 선전했으면"…혁신당 따라 '영광 민심' 들어보니
혁신당, 전남 영광·곡성에서 1박2일 워크샵
[더팩트ㅣ영광=조채원 기자] 조국혁신당 의원 전원이 29일 전라남도 영광으로 내려왔다.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영광에서 필승을 다짐하는 워크샵을 열기 위해서다. 여의도에서 차로 4시간, 300여km를 내달려야 하는 이 곳 영광은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4곳 중 하나다. 혁신당은 부산 금정구에 류제성 변호사 전략공천, 전남 곡성군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웅두 치유농업협의회 대표 영입을 발표한 데 이어 영광과 인천 강화에 내보낼 '혁신적' 후보를 물색 중이다.
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12시 20분쯤 점심식사가 한창인 때 영광터미널시장에 도착했다. 인구 5만1000여명의 도시, 평일 한산한 시장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조국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조국, 조국"을 연호했다. 누군가 "조국"을 외치면 "혁신당"으로 맞받는 소리도 들렸다. 조 대표가 지나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조 대표는 점심식사가 예정된 식당으로 향하는 중 군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한 청과물 가게에서는 오이와 과일 등 5만 원 어치를 채워 샀다.
"정말 잘생겼네."
조 대표를 처음 본 듯한 이들은 많았지만 '혁신당' 이름은 생소하지 않은 듯 했다. 혁신당 일행이 지나는 모습을 얼찍이 보던 한 상인에게 물었다.
"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 호남에서 경쟁하는 걸 알고 계세요?"
"알지. 어렵겠지만 선전했으면 좋겠어. 총선 때 비례대표는 혁신당 찍었거든."
"재선거에서도 혁신당을 지지하실 생각이실까요?"
"조 대표가 잘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 곳은 '민주당 텃세'가 너무 심하다고 해야하나. 다 예전에 나왔던 사람들이 또 나오고 해서."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이 거들었다.
"한 집안만 건너도 다 아는 좁은 곳이라 그럴꺼야. 새로운 인물이면 좋지."
기자가 만난 군민들이 혁신당에 보내는 시선은 대체로 따뜻했다. 하지만 '승리는 쉽진 않을 것'이란 반응이 주였다. 영광도 다른 호남지역과 다르지 않은 '민주당 텃밭'이다. 8번의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세 차례 당선 외에는 모두 민주당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무소속 당선자들조차도 민주당 당적을 가졌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9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배출한 군수는 김봉열(1·2·3회), 강종만(4·8회), 정기호(2008년 재선거·5회), 김준성(6·7회) 4명. 2008년에 이어 16년 만에 두 번째인 이번 군수 재선거는 8회 지선에서 당선된 강종만 전 영광군수가 당선무효형으로 직을 상실해 치러진다.
워크샵이 열린 한 호텔에서 만난 한 군민은 이곳 민심을 '5대 3대 2'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에 5, 혁신당에 3, 기타 정당에 2 만큼 쏠려있단 얘기다. 그는 기자에게 "조 대표가 후보 공천을 잘 해야 해. 그래야 5에 가깝게 따라붙어 차기를 노릴 수 있을 테니까"라고 했다.
혁신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 등판의 의미를 지역정치의 복원, 정권교체를 위한 발판으로 보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영광 한 호텔에서 열린 지역기자간담회에서 "전국 네군데 선거지만 어떤 정책이 좋은지, 어떤 후보가 필요한지, 지역균형발전은 어떻게 가야하는가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묻고 판단 받아야 한다"며 "지역정치를 활성화 해 그 힘이 모여 정권교체로 이어질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서의 '진보 분열' 주장에 대해서는 "각 지역단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원하는 유권자가 활성화해야 범진보진영의 대선승리도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총선에서 범진보진영의 분열이 우려됐지만 혁신당의 등장으로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투표의지 상승으로 민주진영 승리를 견인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조 대표는 이날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다시한번 '호남 혈투'를 예고했다. 그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호남은 혁신당과 민주당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정책은 저희가 민주당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지방 정치가 어떻게 가야할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약하다. 의원도, 재정도, 조직력도 부족하지만 뛰어들기로 했다"며 "이번 재보궐에서 우리 당이 질 수도 있지만 내년 4월에 또 뛰어들 것이고, 2026년에도 뛰어들 것이다. 그래야 지역 전체가 활성화되고 판이 커지면서 궁극적으로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혁신당은 현재 후보를 내기로 결정된 세 곳을 기준으로 책임전담 의원제도 실시한다. 혁신당 의원 12명 전원이 선거전에 뛰어들어 '반드시 한 곳에서라도 당선자를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부산 금정구는 황운하 원내대표와 김재원·이해민·차규근 의원이, 전남 영광은 서왕진 정책위의장과 강경숙·박은정·정춘생 의원, 전남 곡성은 신장식·김선민·김준형 의원이 맡는다. 조 대표는 한 곳에 묶이지 않고 전역을 돌며 선거를 총지휘할 예정이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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