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리딩뱅크"…KB국민銀, AI로 금융사고 막는다
임직원 이상 행동패턴 감지
연말부터 시스템 적용 예정
신한銀도 내부통제 디지털화
KB국민은행이 '내부통제 리딩뱅크'를 목표로 임직원의 이상 행동패턴을 감지해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한다. 삼정KPMG·김앤장 컨소시엄이 이상 행동·업무패턴 요건을 만들었다. 이르면 올해 연말 시스템이 현업부서에 일정 부분 적용될 에정이다.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 및 미성숙한 조직문화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을 AI 기술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내년 1월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 또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민銀, AI로 징조 포착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임직원의 이상 행동패턴을 파악해 관리자와 내부통제 관련 부서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AI 감사 시스템 구축을 올 연말 일부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회계법인 삼정KPMG,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임직원의 이상 행동패턴의 정의 및 범위 요건을 만들었다.
은행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두 회사가 어떤 상황에서 횡령이 자주 일어나는지, 횡령 사고의 징조와 당시 임직원이 보이는 이상 행동패턴을 정리한 것이다. 향후 SI(system integrator) 업체가 AI 시스템을 구축하면, 여기에 이상 행동패턴 및 금융사고 징조 요건을 넣으면 된다. 각 단계에 수 십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 A 지점의 과장이 자꾸 외부에서 전화를 하고, 시재금을 맞추는 업무에서 오류를 범할 경우 이상징후로 감지할 수 있다"면서 "관리자는 AI 시스템을 통해 이를 인지하고 해당 과장에게 문제가 없는지, A 지점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는지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C레벨 내부통제 관리 효율성↑
국민은행이 영업 실적과 크게 관련이 없는 AI 시스템 구축에 수 십억원을 투자하는 건 '사고 예방'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 십억원을 들여 금융사고들을 막을 수 있다면 남는 게 더 크다는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회사, 컨설팅 업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AI 이상 행동패턴 감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행장 또한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내부통제 리딩뱅크'를 지향하며 기술로 조직문화를 보완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이 줄어서 전과 같이 서로 견제·감시하는 문화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AI 기술을 활용해 약해지는 견제 문화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AI 시스템이 구축되면 비슷한 유형의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사고 유형, 주체가 같은 경우 AI 시스템이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이뤄지는 감사를 통해서도 적발하지 못하는 빈 틈을 기술이 메우는 것이다. 내년 1월 임원별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명시한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임원의 관리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 AI 시스템으로 이상 징조를 포착해 필요할 때마다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도 AI 내부통제 박차
신한은행 또한 AI를 활용한 내부통제 디지털화를 핵심 전략과제로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직원의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AI 점검 시스템을 개발해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은 대내외 금융사고 관련 제재, 판례 정보들을 AI가 학습해 금융사고 징조를 폭넓게 탐지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임직원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최근 180억원 횡령 사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은행은 AI 내부통제 강화와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임직원의 이상 행동패턴을 감지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AI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는 은행들에서는 직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보 범위를 확정하고, 시스템 도입 시 개인정보 활용 동의 등을 받아 활용할 예정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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