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금리 올리고 심사 강화…상호금융까지 '풍선효과'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4. 8. 29.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대은행 주담대 증가 8분의1로
은행별 자체 DSR 엄격 적용
"갑자기 대출액 5천만원 줄어"
새집 계약한 실수요자 발동동
상호금융 금리 은행보다 낮기도
일부 신협선 주담대 특판 나서
지방銀 "대출자 몰려 감당못해"

◆ 대출규제 논란 ◆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이 아닌 대출 심사 강화를 통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시중은행들도 다양한 대출 관련 제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거나 실행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에도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5대 은행이 7월 이후 22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리자 보험사, 지방은행, 상호금융 등과 비슷한 금리구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쪽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5대 은행의 8월 주담대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25일까지 하루(영업일) 평균 증가폭은 4261억원이었는데 26~28일에는 523억원으로 급감했다. 최근 들어 당국의 주문으로 총량을 관리하는 태세에 돌입해 심사를 강화한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은행 관계자는 "본점 차원에서 주담대를 조이라는 방침이 내려왔다"며 "이에 따라 이전보다 심사가 강화되고 시간도 더 걸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대 은행은 7월 이후 22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지만 대출 증가세를 꺾는 데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금리가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돼 대출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는 있었지만, 소비자가 이를 감내하기로 마음먹으면 일단 대출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대출을 엄격하게 내주는 심사 강화와는 결이 다르다.

은행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거나, 대출 한도를 확 줄이기로 하면서 일단 금융당국이 목표로 하는 대출 잔액 증가세 둔화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다양한 총량 관리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통해 소득 안정성까지 감안해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거치식 주담대 운영을 중단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제한했다.

하지만 총량 관리에 따른 심사 강화에 대한 실수요자 불만도 나온다. 심사 과정에서 대출액이 줄어들거나 대출 실행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 8월로 매매 계약 시점을 잡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은행 대출 심사 강화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매매 계약을 했지만 임차인 요청에 따라 잔금 시기를 12월로 설정해둔 B씨는 은행의 강화된 규제로 대출 한도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최소 5500만원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제한하면서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5500만원 정도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8월 초 서울 시내 아파트를 구입하며 11월에 잔금을 치르기로 한 C씨는 주담대를 처음 신청했을 때보다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고, 월 상환액은 늘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중은행들이 당국 눈치를 보며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지방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 신협·새마을금고는 아예 시중은행에서 원하는 한도와 금리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겨냥한 특판까지 판매하고 나섰다.

이날 기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5년 주기형 기준)는 3.65~6.05%인데, 지방은행은 3.25~4.83%였다. 특판 한정이긴 하지만 상호금융도 금리 하단이 3.5~3.7%에 형성됐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면·비대면 주담대 수요가 몰려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인 지점도 있다"며 "주담대 한도가 모두 찬 영업점은 고객에게 다른 영업점에 가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에서도 금리가 낮은 사례가 발견됐다. 경기 한 신협은 7월 초부터 특판으로 아파트담보 대출을 최저 연 3.50%에 제공하고 있다. 7월 초는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수차례 올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수도권 한 신협과 경남도의 한 신협은 특판을 제공하면서 금리 3.70%에 주담대를 내줬다. 1억원 이상 대출 시 전북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50~4.50%로 낮은 편이다.

다만 지방은행들은 주담대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자 최근엔 금리를 조금씩 인상하는 분위기다. BNK경남은행은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소폭 인상했고, BNK부산은행도 27일부터 우대금리를 0.4%포인트 줄였다.

[양세호 기자 / 박인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