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 연예계는 더 심각…최소 4000명 피해·조회수 수억회지만 처벌은 '깜깜'[TEN스타필드]
이민경 2024. 8. 29. 18:04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구글에 단어 몇 개를 입력해 검색하면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 영상물이 쏟아져 나온다. 전 세계 4000여명의 유명인이 딥페이크 포르노그라피의 피해자인 것으로 밝혀졌을 정도로 그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국내에서도 가수 권은비, 그룹 브브걸 출신 유정 등이 피해를 호소한 가운데, 일반인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딥페이크 불법 성착취물이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범죄는 2016년부터 시작됐으며 해외에서는 이미 2019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해묵은' 사회적 문제다.
권은비는 지난 7월 그의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그의 사진을 합성해 선정적인 불법 영상을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한 이들에게 칼을 빼들었다. 울림엔터테인먼트는 당시 "아티스트의 초상을 합성해 허구의 음란성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한 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다수 게시물을 취합하여 1차 고소장을 제출,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수집된 증거자료를 토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및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는 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선처 없는 강력한 형사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린다"며 엄중한 대응을 예고했다.
유정 역시 지난 2월 딥페이크 불법 영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당시 tvN STORY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 "제 사진을 딥페이크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지인 제보로 알게 됐다"라며 "기분이 나빴다. 여성이나 남성 누구나 충분히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법적인 처벌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유명인들의 피해는 비단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3월 영국 가디언지 기사에 따르면, 가장 유명한 5개 딥페이크 웹사이트에서만 약 4000명의 세꼐적 유명인이 딥페이크 포르노그라피의 피해자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5개 페이지를 합쳐 단 3달 동안 조회수 1억뷰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자아내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상당 부분은 국내외 '여성 유명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딥페이크로 인한 피해를 언급했던 바 있다.
또한, 호주 보안업체 'Home Security Heroes'(홈 시큐리티 히어로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딥페이크 영상의 98%가 포르노로 밝혀졌다. 그리고 대표적 포르노 사이트들의 70% 이상이 딥페이크 불법 성착취물 영상을 유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국내 연예인들의 피해 호소에 지난 5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자율규제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실효성이 없었음이 이번에 증명됐다. 일반인 피해자가 나타날 정도로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이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뒤늦게 수사 기관과 국가 행정 기관이 나서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방심위가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확산 대응책을 의결했다. 방심위는 홈페이지에 딥페이크 영상물 신고 전용 배너를 설치하고 24시간 신고 상담전화를 운영하며,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 방심위 전용 신고 배너를 설치하길 요청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겼다. 또한, 서울시와 방심위는 협업하여 딥페이크 불법영상물이 성인사이트나 SNS 등 공개 사이트에 유포될 경우 24시간 안에 해당 사이트나 SNS 운영자에게 요청해 삭제·차단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제아무리 SNS 검수 인원을 늘리고 신고 체제를 공고히 해도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생성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또한, 공개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이상 적발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한 번 뚫린 제도적 방패가 이번에도 쉬이 뚫리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적나라한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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