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한단 5배로 뛰어 1만2천원 … 장보기 두렵다
961원이던 상추 10장 가격
석달만에 2451원으로 2.5배↑
케첩·참기름 등 가공식품도
30일부터 최고 17% 인상
정부, 비축물량 방출 나서
추석이 3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상추 등 쌈채소는 물론 시금치, 배추, 무처럼 식탁에 많이 올라가는 채소 가격이 훌쩍 뛰어 소비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추석 민생안정대책 등으로 먹거리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상추와 시금치 등 폭염에 약한 채소 가격이 최근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추 가격은 청상추 기준 6월 초까지만 해도 100g당 961원으로 1000원이 안 됐지만 이달 28일 2451원으로 급등했다. 올여름 폭염을 겪으면서 가격이 2.5배 뛴 것이다. 시금치 가격은 더 심각하다. 28일 기준 100g당 4027원으로 4000원을 돌파했다. 6월 가격은 790원이었는데 무려 5배가량 폭등했다. 같은 기간 배추 1포기 가격도 2배 넘게 올랐으며 무(1개)와 오이(10개) 가격도 각각 90%, 73% 인상됐다. 이들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0~70% 오른 상황이다.
농수산물 업계 관계자는 "상추와 시금치 등은 폭염과 열대야에 약하기 때문에 말라 죽거나 시드는 등 공급이 줄어든 데다 휴가철 바캉스 수요까지 겹쳐 가격이 뛰었다"며 "장기적으로 폭염·폭우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농가 생산 효율을 높이지 않고는 가격 급등이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장바구니 물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원료 가격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재료 가격이 줄줄이 올라 일부 품목은 적자"라며 "올해 가격을 동결한 곳은 내년에 그만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뚜기는 30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파는 토마토 케첩(500g) 가격을 9% 넘게 올렸고, 참기름(320㎖)과 순후추(50g) 가격은 각각 약 13%, 17% 뛴다. 다음달부터는 편의점에서 파는 3분 카레 가격도 10% 오른다.
대상도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김치 제품 가격을 7~10% 올린다. 업계에 따르면 비비고 김치를 만드는 CJ제일제당도 김치 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 여파가 심한 올리브유 가격을 34% 올리고 김은 11~30%, 참기름은 15%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음료업계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코카콜라는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파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가격을 평균 5% 올릴 예정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2일 음료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 가격을 각각 300원, 600원 인상했다.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뛰어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을부터 일부 채소 가격 압박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추와 깻잎 등은 다시 산지 공급량이 돌아오고 있어 9월부터는 소매 가격도 차차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상추는 머지않아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시금치는 생육 기간이 길어 당분간 현 가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도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8일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배추와 무를 일평균 700t 공급하고, 사과와 배는 농협 계약 출하 물량을 평시 대비 3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29일 국정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시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할인 지원과 함께 비축 물량 방출, 할당 관세 및 대체 품목 수입 등을 통해 공급을 충분히 확대하겠다.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도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어떤 품종 물량이 풀리는지 보고 그에 맞춰 가격을 낮추거나 할인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배추와 무를 자체 할인가에 판매하고 농축산물 할인 쿠폰으로 추가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정슬기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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