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영상으론 자살 못막아…현장교육 필요"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4. 8.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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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아이들과 얘기해보면 '자기 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제대로 교육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2013년 자살로 아들을 떠나보낸 손지연 씨(61)는 지난달부터 의무화된 자살예방 교육이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내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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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질병 자살
올해 예방교육 의무화했으나
동영상만 틀어놔 실효성 의문
"아이들 만나야 표정 볼수있어"
학교밖 청소년 등 사각지대도
10·20대 사망 원인 1위 자살
체계적 현장 교육 정착 시급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아이들과 얘기해보면 '자기 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제대로 교육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2013년 자살로 아들을 떠나보낸 손지연 씨(61)는 지난달부터 의무화된 자살예방 교육이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내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들을 잃은 이후 '생명의 전화'에서 전화 상담을 하면서 많은 청년의 고민을 들었다고 했다. 손씨는 "말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알 수 없기 때문에 주위에 힘들다는 것을 알리는 연습을 교육을 통해 해야 한다"며 "아들을 잃기 전 우울증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지만 이를 심각한 병으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10대의 자살과 자해 시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자살·자해 시도자 중 10대 비중은 17.8%로 20대(2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10대 자살·자해 비중은 2013년 9.2%였는데, 10년 전보다 2배가량 높아진 셈이다. 10대와 20대 사망 원인 1위가 여전히 자살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10대 자살률은 10만명당 5.9명(2019년)에서 3년 후 7.2명(2022년)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자살예방 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온라인 동영상 교육까지 허용하면서 실효성 있는 교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살예방 교육을 하는 김주선 생명문화라이프호프 사무국장은 "앞에서 선생님이 최선을 다해서 대면 강의를 해도 40분을 끌고 가기가 어려운데 영상만 틀어주면 누가 보겠느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가야 어두운 표정의 아이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며 "이 학생들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온라인 교육만으로는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살 고위험군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김 사무국장은 "유명무실한 자살예방 교육으로 인해 고위험군의 아이들이 방치될까 걱정된다"며 "제대로 된 교육을 정착시키는 게 사회적 비용을 오히려 절감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자살예방 교육 의무화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학교 밖 청소년까지 교육을 시키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김 사무국장은 "학교 밖 아이들을 빼버렸다는 것은 포기했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202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청소년들은 학교를 떠난 이들의 비중이 21.7%로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의 비중(6.1%)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즈 끝>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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