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에 전력시설 무너진 우크라, 올해도 '깜깜한' 겨울 보낼까

이명동 기자 2024. 8.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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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이은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공격…전력난 가중
우크라 에너지시설 큰 피해…배전시설 파괴돼 정전 발생
자체 발전시설 마련해 대비…전력 부족에 어둠·추위 전망
[키이우=AP/뉴시스]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서 정전이 발생한 동안 시민이 도로를 걷고 있다. 2024.06.22.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이번 겨울은 확실히 힘들 겁니다."

나탈리야 샤포발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KSE) 정책연구 부총장은 28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러시아의 연이은 공습으로 전력시설이 타격받은 우크라이나를 두고 이같이 표현했다.

전쟁 동안 기반시설 타격을 이어온 러시아 탓에 우크라이나는 올해도 깜깜한 겨울을 보낼 위기에 놓였다. 최근에도 연이은 공습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발생한 개전 뒤 최대 규모로 우크라이나 공습에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가 각각 100기 이상 동원됐다.

이번 공습은 변전소 같은 배전시설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지난봄 공습 때 발전시설을 공격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배전시설이 제 기능을 못 하자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정전이 발생했다. 추가 공습이 멈추지 않으면서 복구가 어려운 재앙 수준으로 상황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진격의 보복 성격을 띠는 공습 세례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용량 절반가량이 파괴됐다는 추정이 우세하다. 여름 내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방공망을 뚫고 들어오는 러시아 공격에 상황이 점차 나빠지는 모양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변전소가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하르키우 지역의 에너지 시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발생하고 공습 경보체계도 마비됐다. 2024.03.23.


미국 케넌연구소 소속 우크라이나 에너지 전문가로도 활동하는 안드리안 프로키프 우크라이나미래연구소 에너지국장은 "상황을 개선하기 쉽지 않지만 추가 공격으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면서 "최상의 시나리오에도 예정된 차단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일지는 기온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큰 피해를 봤다. 검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수리 작업과 병행해 방공망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위성으로 전쟁 전과 지난 26일 촬영한 우크라이나 모습을 보면 저녁에 불빛 발광량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화력 발전 시설과 5분의 4와 수력 발전 시설 3분의 1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프로키프 국장은 "개인적으로 에너지 홍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적이 어떤 피해를 줬는지 아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에너지 시설 상태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관련한 정보를 조용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키이우경제대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러시아의 에너시시설 공격으로 발생한 직접 피해액을 160억 달러(약 21조3824억원)로 추산했다. 잠정적으로 발생한 매출 손실은 400억 달러(약 53조4560억원)에 달한다고 봤다.

큰 문제는 제한적 전력 공급이 동부 공업지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정전 상황에서 고층 빌딩에 거주하는 노인 등 거동 불편자는 이동권이 크게 제약할 수도 있다. 이는 시민 개인 생업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정부는 세수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바흐무트=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주민이 눈 덮인 도로를 건너고 있다. 2023.02.15.


현재 상황으로 점쳐볼 때 올겨울 우크라이나 국민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의 위력을 맞아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도 겨울에 대비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병원, 중요시설, 사업체 등에 자체 소규모 발전 시설을 구비한 곳이 많아졌다. 그 결과 최근 공습 동안 음식점, 카페 등에서 작동한 발전기 덕에 키이우 시민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맹추위를 버텨온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추위를 덜어주기 위해 유럽연합(EU)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력 체계를 분산해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발전기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는 북동부 수미주와 접한 러시아 쿠르스크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3주째 러시아 영토 일부 통제권을 쥐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 따르면 러시아 본토 1294㎢, 100개 마을을 자국 군대가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처음으로 본토가 외국 군대에 공격받는 수모를 겪은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영토를 수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르스크에 자원을 투입한 우크라이나는 자국 동부전선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동·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에 빼앗긴 영토는 국토 18%가량에 해당한다. 이는 포르투갈 국토 면적과 유사한 수준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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