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방향성 제시한 尹 기자회견... “현실 인식 안이” 의견도
“의료 공백 사태, 공감대·체감도 낮아”
“당정갈등, 현실 인식 안이... 관전자처럼 언급”
윤석열 대통령의 29일 국정브리핑은 연금과 의료 등 주요 개혁 과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데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반발이 있더라도 4대 개혁 과제를 그대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등에 대한 ‘현실 인식’이 여전히 민심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해병대원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진전된 답변이 나오지 않거나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아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국정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의 방향성을 국회에 선제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수치(모수)조정’에만 국한돼 있던 연금 개혁의 논의 범위를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다룰 수 있도록 넓히자는 것이었다. 기금수익률 제고와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국회에 서민과 중산층의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개혁을 적기에 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 지급을 법제화해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달리 해서 청년층의 불이익을 줄이고,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이 중첩돼도 깎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에 대해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서, 전문의·진료지원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고 했고,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해, 미조직 근로자를 정부가 직접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출생 대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지역 균형발전이 인구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주요 개혁에 대해 설명하고 강한 의지를 확인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갈등과, 다시 불거진 한 대표와의 당정갈등 우려 등에 대한 답변이 다소 아쉬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 날 의정갈등으로 의료현장이 어려워졌다는 취지의 질문에 “의료인 양성에는 10~15년이 걸린다. 지금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 현장을 한 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특히 지역의 종합병원을 가 보시라. 여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비상 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문을 닫는 응급실이 속출하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계속 나오는데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의 소통 문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정 간에 전혀 문제가 없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활히 소통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이 취소될 정도로 갈등이 표면화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인식과는 다른 답변을 내놨고, 한 대표와의 관계에 대한 답변을 비켜 가는 모양새였던 만큼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안이하고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보였다. 여야 대표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당과의 내부 소통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영수회담을 해서 (대치)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10번이고 못하겠냐”며 “국회가 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에 대해 박 평론가는 “개혁안에 대해 이 대표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며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해야 오늘 말한 개혁안들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대 개혁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면 야당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노력도 필요한데 영수회담에 소극적인 부분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국민의 삶이나 현장 목소리에 대해 공감 의지가 없어 보였다. (국정 브리핑에서) 정부가 잘했다는 성과만 나열했는데 그런 부분이 왜 체감이 안 되고 있는지, 체감되게 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나 노력을 하겠다는 게 없었다”고 했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민생 살리기와 핵심 개혁과제 추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 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과 약자 복지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민생 살리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연금개혁은 ‘세대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시했다. 의료개혁도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맞췄다는 점과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도 피력했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일방통행식에 동떨어진 현실인식만 보인 회견이라며 혹평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민생과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에 대해서는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일방통행식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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