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울릉분지 '젖과 꿀' 흐를까…"해외 심해 유전과 유사 지질구조"

윤현성 기자 2024. 8. 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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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C 2024서 韓 가스전 탐사 계획 '동해 울릉분지 심해 탐사' 논의
"울릉분지, 리자-2 유전·타마르 유전 등과 비슷한 지질구조 특성"
"근원암·자원 저장 공간 등 존재 기대…시추 통해 무결성 확인해야"
[서울=뉴시스] 가스생산을 마치고 CCS 저장소로 전환을 준비 중인 석유공사 동해가스전.(사진=한국석유공사) 2023.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윤현성 기자 = 40여년에 걸친 탐사 끝에 100억 배럴 이상의 유전을 발견했던 '리자-1(Liza-1)' 유전이나 중동 지역의 타마르·레비아탄 유전과 한반도 동해의 '울릉 분지'가 유사한 지질학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릉분지를 리자-1이 위치한 수리남-가이아나 분지와 타마르·레비아탄 유전이 있는 레반트 분지와 비교했을 때 지층 역전(Inversion Tectonics)에 의한 퇴적물 축적, 석유·가스의 이동 경로, 역단층(Reverse Faults) 존재 유무 등에 있어 유사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기범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 '동해 울릉분지 심해 탐사'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심해 유전의 지질특성과 울릉분지 비교분석 결과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진·화산 적은 '비활성 경계부'서도 석유·가스 다량 발견…지층 역전·역단층 등 특징

동해 울릉분지, 해외 심해 유전처럼 비활성 경계부+지층 역전+역단층 구조 등 특징

[부산=뉴시스]김기범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 '동해 울릉분지 심해 탐사'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심해 유전의 지질특성과 울릉분지 비교분석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김 교수는 석유 탐사 업계에서 '비활성 경계부(Passive Margin)'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도 컸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활성 경계부는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경계에서 지진·화산 등 지구조적 활동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두꺼운 퇴적층이 형성되기 유리해 석유·가스 등이 형성·저장될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다.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등 세계 곳곳에 비활성 경계부 해상 유전이 존재하고, 한반도 근처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비활성 경계부에서 최근 발견된 대표적인 유전들이 바로 수리남-가이아나 분지의 리자-1 유전과 레반트 분지의 타마르·레비아탄 유전이다.

리자-1 유전의 경우 1975년부터 탐사가 시작됐으나 2015년에서야 비로소 발견된 역사를 갖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리자-1 유전에 석유·가스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지층 역전 현상에 의해 분지의 남부 지역에 대규모 퇴적물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리자-1 유전의 매장량은 110억~120억 배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마르 유전과 레비아탄 유전은 2010년께 발견됐다. 이 지역의 지질학적 특징은 석유가 생성될 수 있는 암석인 '근원암'과 지하에 물·기름 등 유체가 쌓이는 공간인 '저류층'이 다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석유·가스의 이동과 축적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들 유전에는 세계 2위 수준인 2500억 배럴의 자원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다소 불리한 지질 구조에도 대량의 석유·가스가 축적된 것은 역단층 때문으로 보인다.

역단층은 지층이 한쪽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형성되는데, 그로 인해 석유나 가스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통로와 함께 석유·가스가 축적·저장 될 수 있는 구조적 트랩까지 형성하면서 자원이 축적되는 저류층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또한 위로 밀려올라간 역단층이 석유·가스가 지표면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밀봉 역할까지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동해 울릉 분지가 이들 지역과 일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울릉분지는 특히 남쪽 지역이 비활성 대륙 경계부에 해당한다. 여기가 가장 개발하기 좋은 곳"이라며 "근원암도 형성이 돼있고, 자원이 저장될 수 있는 구조적 트랩 등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울릉분지의 남쪽이 비활성 경계부에 해당하는 이유 또한 수리남-가이아나 분지처럼 지층 역전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쪽 지역에 석유·가스가 형성되기 좋은 두꺼운 퇴적층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이 울릉분지 남쪽 지역은 레반트 분지와 비슷하게 역단층 구조가 형성돼있어 석유·가스의 이동과 저장을 도왔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더해 레반트 분지보다 근원암과 저류층의 거리가 가까워 비교적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김 교수는 이처럼 울릉분지의 지질학적 구조에 기대를 걸 수는 있지만 결국 시추를 해봐야만 실제 자원 유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울릉분지의) 석유 시스템 무결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올해 시추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올해 연말부터 울릉분지 첫 시추 시작…에너지 안보 확보 목적"

[서울=뉴시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동해에는 '주작', '홍게', '방어' 등 3개의 탐사 시추공이 있다. 7일 비토르 아브레우 미국 액트지오(Act-Geo) 고문은 이 중 홍게 시추공에서 석유·가스 매장에 대한 가망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우리 영해의 해양 자원 발굴을 위한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 또한 이날 행사에서 '대왕고래' 지역 등을 비롯한 7개의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를 적극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영 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장은 "광개토 프로젝트는 제2의 동해 가스전을 발견하기 위해 시작됐다. 2021년 동해 가스전 생산이 중단된 후 산유국의 지위를 잃었는데, 그렇기에 새로운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얕은 천해(수심 200m 이하)부터 심해까지 아우르는 탐사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석유공사는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3D 탄성파 탐사를 통해 약 7871㎢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이를 통해 대왕고래 등 7개 유망구조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이들 7개 지역에 매장된 자원량이 약 35억~140억 배럴로 추정된다는 게 석유공사의 분석이다.

울릉분지의 7개 유망구조에 대한 첫 시추는 올해 12월 처음으로 시작된다. 심해 시추공 한 곳을 뚫으려면 최소 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유전 개발 사업 예산으로 506억원을 배정했고, 석유공사 자체 예산 및 해외 정유업체 투자 등을 통해 본격 시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 처장은 "광개토 프로젝트의 향후 과제로 국내 연안에서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며,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탐사활동도 강화하려 한다"며 "동해 1가스전보다 4배 큰 규모의 가스전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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