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논란에 두산, 로보틱스-밥캣 주식교환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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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을 빚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이번 결정은 두산 쪽이 내놓은 양사 합병 비율(주식 교환 비율)이 주가가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와 달리 저평가된 두산밥캣 및 밥캣 모회사 에너빌리티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으며 금융 당국도 압박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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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을 빚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소액 주주들의 반대와 금융 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며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29일 두산그룹 산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 및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애초 두산그룹이 추진한 구조 개편은 모두 3단계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중 가장 마지막 절차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의미다. 두산 쪽은 이날 “밥캣과 로보틱스의 주식 교환을 향한 주주와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 주식 교환을 추진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은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옮기고, 향후 로보틱스와 밥캣을 한 회사로 합치겠다는 게 뼈대다. 이를 위해 ①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신설하고 ②두산로보틱스가 신설 투자회사를 흡수 합병한 이후 ③로보틱스가 밥캣 주주들의 주식을 모두 넘겨받는 주식 교환 절차(추후 합병)를 거치기로 했다. 그러나 ③단계를 철회하고 밥캣 주주들이 보유한 회사 주식(지분율 54%)을 일단 남겨두겠다는 뜻이다. 두산은 ②단계 합병까지는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두산 쪽이 내놓은 양사 합병 비율(주식 교환 비율)이 주가가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와 달리 저평가된 두산밥캣 및 밥캣 모회사 에너빌리티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으며 금융 당국도 압박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지난 8일 두산의 사업 재편을 겨냥해 “정정 증권신고서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도 두산 쪽이 투자자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금융 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 정정하라고 요구하며 퇴짜를 놓은 상태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이번 두산 거래 문제의 핵심은 로보틱스 주가가 고평가돼 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들에게 발행되는 신주의 비율이 불공정하게 정해진 것”이라며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 교환을 철회하면서, 에너빌리티 분할 합병은 그대로 가겠다는 건 문제의 핵심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추진한 경영권 승계 목적의 지배구조 개편이 다른 주주 반대로 무산된 이래, 주요 대기업 그룹의 사업 재편 계획에 제동이 걸린 건 처음이다. 국내 주식 투자자가 부쩍 늘어나며 일반 주주들이 반대하는 구조 개편을 재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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