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빽빽한 도로에서 갑자기 푹…도심 대형 싱크홀에 시민 불안
유영규 기자 2024. 8. 29. 17:33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오늘(29일) 서울 시내 도로 한복판에서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중상자가 2명이나 나왔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26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의 땅꺼짐이 발생해 승용차가 빠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남성 A(82) 씨와 동승자 여성 B(79) 씨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온라인 등에 공개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편도 4차로 도로 위를 차량들이 줄지어 달리는 가운데 갑자기 도로 한 가운데가 푹 꺼지면서 해당 지점을 지나던 티볼리 승용차가 순식간에 왼쪽으로 기울면서 빠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차량 흐름이 많았던 시간대였던 만큼, 땅꺼짐 규모가 좀더 크거나 했다면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직장인 신 모(31) 씨는 "지금 사는 곳이 사고 장소와 멀지 않아서 충격이었다"며 "최근에 경복궁역 인근에 포트홀도 발생한 걸로 아는데 서울에 땅꺼짐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인근 중학교에서 운동 모임을 하기로 했다는 박 모(28)씨는 "사고 소식을 보고 같이 운동에 참여하는 지인들끼리 조심해서 가자고 당부했다"며 "오후 8시에 모임인데 원래는 자가용으로 가려다가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고 걱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매립지로 형성된 취약한 지반에 지하수가 겹치면서 일어났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가 난 발생 장소 일대는 원래 자연하천이 흘렀다가 복개를 하며 매립을 한 곳"이라며 "특히 인근에 안산이 위치해 지표수와 지하수 모두가 빨리 흐르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교수는 "하수도에서 새어 나온 물이나 빗물 등으로 구성된 지하수가 가장 흐르기 좋은 곳이 상수도, 하수도, 지하철 공사 등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진 곳"이라며 "물이 흐르면서 구멍이 생기고 잦은 진동과 하중이 가해지면 땅이 꺼지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인근 지역에서 배수펌프장 공사가 진행되다가 중단된 걸로 알고 있다"며 "그 공사 현장으로 주변에 있는 흙과 물이 쏠리면서 동공이 생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땅꺼짐 사고는 최근 여러 곳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도 부산 사상구의 한 도로에서 지름 50㎝, 길이 1m 크기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량이 빠져 운전자가 다쳤습니다.
지난달 23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도로에도 폭 3m, 깊이 2m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시 관계자는 지하에 매설된 우수관로의 빗물받이 연결관이 파손돼 빗물이 메인 관로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 토사를 유실시키면서 땅꺼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땅꺼짐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하수관 손상이 꼽힙니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땅꺼짐은 모두 879건이었는데 하수관 손상이 396건으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습니다.
조 교수는 "지표투과레이더(GPR)로 1년 열두달 측정을 하면서 지난 측정 때와 최신 측정치가 다르다면 성토(盛土)를 하거나 다지는 작업을 하는 등 예방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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