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헌법소원 '헌법불합치'…기후·에너지 정책 대전환 불가피

구무서 기자 2024. 8.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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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기후 관련 소송, 장기 목표 부재 지적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시스템 전환 추진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등 시민단체의 기후 헌법소원 최종 선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4.08.2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헌법재판소가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제기된 '기후 헌법소원'에서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면서 우리나라의 기후·에너지 분야 정책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

29일 환경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소송은 지난 2020년 시민단체와 청소년 등이 처음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후 2021년 시민, 2022년 영유아 등이 추가로 소송을 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놓고 소송이 제기된 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소송의 쟁점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 세대의 건강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느냐 여부였다. 우리나라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헌재는 NDC 목표 자체는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위임을 받아 2030년 중장기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비율의 수치를 정한 것"이라며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해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 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8.29. photocdj@newsis.com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헌재가 문제의 본질을 피해서 판단한 것으로 보여 유감"이라며 "본질적으로 환경권, 기본권 침해 여부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 계획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권을 지킬 수 있느냐를 다퉜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심각한 부정의를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비록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며 "특히 이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향후 기후·에너지 정책 분야에서 친환경적 요소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 내년까지 2035 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21년 기후소송 판결 이후 2030년 감축 목표를 기존 55%에서 65%로 올리고 2040년 88% 감축 목표를 신설했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1분, 1초를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각오로 후속 조치에 착수해야 마땅하다"며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안일한 탄소 감축 계획을 상향할 준비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신호로 에너지 전환과 산업 탈탄소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과 풍력의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 시스템을 전환하는 변화도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 철강을 비롯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의 전환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소송 자체의 엄중함을 받아들이고 보다 적극적인 장기 목표를 법안에 명시해야 한다"며 "현재 갖고 있는 탄소중립 목표보다 강화되고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개념이 돼야 이번 헌재 결정과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행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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