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인데 ‘쇼크’ 왜?…엔비디아 발목 잡는 ‘AI 불안심리’

이재연 기자 2024. 8.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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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고속 성장' 엔진은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걸까.

'인공지능(AI) 칩 절대 강자' 엔비디아의 실적이 전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다.

결국 엔비디아가 투자자의 올라가는 눈높이를 충족시키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3분기 매출 전망치(325억달러)도 이날 주가 급락을 불러온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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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고속 성장’ 엔진은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걸까.

‘인공지능(AI) 칩 절대 강자’ 엔비디아의 실적이 전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놨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성장 둔화의 조짐이 투자자의 불안 심리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워지는 기술과 심화하는 경쟁, ‘인공지능 거품론’을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29일 미국 반도체설계기업 엔비디아의 발표를 보면, 회사는 2025회계연도 2분기(올해 5~7월)에 매출 300억4천만달러(약 40조원), 영업이익 186억4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각각 15.3%, 10.2% 늘었다. 2분기 매출은 287억달러 수준이었던 증권가 전망치도 넉넉하게 웃돌았다. 회사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인공지능 칩이 다시 한 번 우수한 성적표로 이어진 것이다.

투자자의 평가는 달랐다. 실적 발표 뒤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6.9% 떨어진 116.95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신호에 더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회사의 매출 증가세는 완만해지는 추세다. 전기 대비 증가율은 2024회계연도 2분기(87.8%)에 고점을 찍은 뒤 이번 분기(15.3%)까지 쭉 내려왔다. 성장은 계속되지만 그 속도는 확연히 느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도 마찬가지로 둔화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매출이 똑같이 증가해도 이익은 예전만큼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은 2025회계연도 1분기 78.4%에서 2분기 75.1%로 떨어졌다. 회사는 3분기에 74.4%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빼고 얻은 이익률을 가리킨다. 여기서 판매관리비까지 뺀 영업이익률도 1분기 64.9%에서 2분기 62.1%로 내려갔다.

성장과 수익성의 둔화를 불러온 단기적 요인으로는 신제품 ‘블랙웰’이 꼽힌다. 생산차질로 비용이 늘어난 데다 출시 일정도 지연된 탓이다. 회사는 블랙웰의 초기 수율이 낮아 설계를 변경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2분기 손실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생산차질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양산이 시작되는 4분기(올해 11월~내년 1월)에 반영되는 블랙웰 매출은 수십억달러 수준일 전망이라고도 했다. 지난 5월 입장(“올해 안에 상당한 블랙웰 매출을 볼 것”)에서 한 발 물러선 셈이다. 기술 난도가 올라가면서 각종 잡음도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치열해지는 경쟁과 ‘인공지능 거품론’도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고가 칩에서는 각종 빅테크 기업이, 중저가 칩에서는 중국 화웨이가 가세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 열풍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신제품을 출시하는 화웨이가 중국 내 점유율을 상당 부분 뺏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이 2분기 12.2%에 이르고 증가세도 가파른 점을 고려하면 함의가 작지 않다.

결국 엔비디아가 투자자의 올라가는 눈높이를 충족시키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3분기 매출 전망치(325억달러)도 이날 주가 급락을 불러온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8% 수준의 성장세로는 시장이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증권가 전망치 평균은 319억달러 안팎이었으며, 상단은 379억달러에 이르렀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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