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 이후 '목표' 없는 정부 온실가스 감축안 '헌법불합치'(종합)

이종희 기자 2024. 8. 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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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축안, 2031년 이후 목표 설정 없어
헌재 "2031년 이후 감축 목표 제시해야"
2030년까지 40% 감축 제시한 정부안 합헌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8.2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우리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도록 한 정부의 목표에 대해서는 합헌 판단했지만,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헌재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심판 대상에 오른 법률조항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도록 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이다. 또한 구체적인 목표로 40% 만큼 감축하도록 한 같은 법 시행령 3조 1항 등도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등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과소보호금지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법률유보원칙은 행정권 발동은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이라며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헌재는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2031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돼야 한다"며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임에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약돼 있다. 입법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인 입법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대문에 해당 조항은 2026년 2월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맞게 기후 대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환경부는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도록 한 같은 법 시행령 3조 1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위임을 받아 2030년 중장기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비율의 수치를 정한 것"이라며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해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2023년 수립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부문·연도별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정부가 채택한 '기준연도 총배출량 목표연도 순배출량'의 배출량 목표치 산정 방식은 탄소중립기본법의 문언과 체계, 입법목적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제도적 실효성의 측면에서도 기후위기의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탄소중립법 법령에 위반되지 않으며, 이 사건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가 기후위기 해소를 지향하면서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상 과소보호금지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0년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4년 만에 나왔다. 이후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에 대한 헌재에 접수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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