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횟수 제한 없이 정정요구"에···두산, 플랜B 택했다
주식교환 적정성 문제로 차질
국민연금서도 반대 가능성 커
"주주 지지 없인 어렵다" 판단
에너빌이 보유한 밥캣 주식만
로보틱스로 이전 절충안 제시
소액주주들의 반대와 금융감독원의 끈질긴 견제로 두산(000150)이 결국 합병 계획 일부를 철회했다. 두산은 지난달 11일 두산밥캣(241560)과 두산로보틱스(454910) 합병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난항을 겪어왔다. 문제가 됐던 밥캣과 로보틱스 간 주식 교환은 하지 않고 에너빌리티가 가진 밥캣의 주식만 두산로보틱스에 이전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플랜B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의 합병 철회는 금감원의 두 번째 정정공시 요구가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26일 두산그룹의 합병 관련 증권 신고서에 2차 정정을 요구했다. 지난달 24일 1차 정정 요구 한 달 만에 다시 두산의 신고서를 반려한 것이다. 금감원은 의사 결정 과정과 내용, 분할 신설 부문의 수익 가치 산정 근거 등이 미흡하다고 구체적인 사유를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합병 계획에 대한 설명 부족보다 합병 비율의 적정성을 문제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합병 가액 10% 할증’ 방안을 언급했다. 밥캣의 주식 가치는 10% 할증하고 로보틱스는 10% 할인해 사실상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합병 비율을 소액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라는 엄포였다. 두산은 다음 달 25일 합병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예정했지만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두산 내부 분위기는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을 반대하면서 긴장감이 커졌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SK E&S의 주식 1주가 SK이노베이션 주식 약 1.2주로 교환되는 SK 합병안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판단하고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두산에 비해 소액주주의 반발이 덜한 SK 합병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하자 “두산 합병 반대는 불보듯 뻔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밥캣을 자회사로 하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지분 6.94%를 지닌 2대 주주다. 두산의 지분율은 30.39%에 불과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다수의 소액주주가 반대표를 던지면 합병안 처리가 힘들다. 주주총회를 넘어서더라도 주식 매수 청구권 한도 문제가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정해둔 매수청 한도는 6000억 원이다.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해 주식 매수를 청구하는 액수가 한도를 넘기면 기업은 합병을 철회하거나 매수청 한도를 늘려야 한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혼자서도 에너빌리티의 매수청 한도를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국민연금의 SK 합병 반대 결정을 보고 합병 계획 변경 없이는 구조 개편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병 계획을 철회하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대표 명의의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사의 합병은 무산됐지만 두산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 자회사로 재편하는 작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한다. 기존 사업구조 재편 과정 중 마지막 수순인 양 사 합병 직전 단계까지는 끌고나갈 방침인 셈이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두는 데 그치더라도 사업 시너지는 어느 정도 낼 수 있다는 게 그룹 내부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고 두산밥캣의 현지 채널 관리 역량과 파이낸싱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길도 트이게 된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역량을 활용해 주력 사업 영역인 건설장비 사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다.
두산밥캣을 떼내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두산밥캣을 분할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입금 7000억 원 감소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5000억 원 확보 등 1조 원가량의 재무적 효과를 얻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체코 원전 수주 성공 등 사업 확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시설 확대와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플랜B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시장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계속 찾아 시장에 제대로 전달해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편재하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한편 양 사의 시너지를 위한 추가적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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