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박에…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 철회

두산그룹이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철회하기로 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만드는 신설법인에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넘기고,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개편안은 유지하기로 했다. 주주 반발을 완화하면서 ▲에너지 ▲기계 ▲소재 사업을 개편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분당두산타워 전경(두산 제공)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각각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시장과의 소통,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시너지 효과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1단계로 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우고, 해당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해 기계 부문 중간 지주사 성격의 법인을 설립하려고 했다. 이어 2단계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100%)로 편입할 계획이었는데, 이번에 2단계를 포기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두산그룹이 사업재편안을 발표하자 두산밥캣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연매출이 10조원인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만들고 1대 0.63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한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합병 비율은 법에 규정된 것으로 두산그룹이 위법한 사실은 없었다.

주주가 반발하자 금감원은 두산그룹 측에 두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정정 증권신고서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신고서 정정을 무제한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합병 철회를 요구했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은 무산됐으나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되는 신설법인이 두산밥캣 지분(46.06%)을 가져오고,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가 합병하는 내용의 개편안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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