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소득 '보장'하고 젊은층 '안심'시키는 연금개혁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의 3대 원칙으로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내세웠다.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고 국가의 지급 보장 의무를 법률에 명문화해 신뢰도를 높이겠다는게 핵심 골자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취임 후 2번째 국정 브리핑에서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모수조정과 함께 기금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가 지급 보장 법률 명문화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기초·퇴직·개인연금 동시 개혁 등을 제시했다.
국가의 지급 보장 의무화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도 포함돼있는 내용이다. 국민연금법에는 이미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저출생·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시기가 앞당겨져 젊은 세대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보다 명확하게 '지급 보장'을 법제화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2018년 4차 재정계산위만 해도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며 지급 보장 명문화에 대한 찬반이 팽팽했지만, 지난해 5차 재정계산위에서는 '국민 안심 차원에서 지급보장이 명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다만 국가가 보장하는 월 연금액, 연금 고갈 시 국고 투입의 시기와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당시 계획안에서도 "지급보장 명문화로 현행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연금개혁과 동시에 법률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독일도 자금이 부족해지면 이를 정부에서 보조하도록 돼 있지만 다음해 보험료나 급여 조정을 통해 수지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자동 안정화 장치가 동시에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경제 상황과 평균 수명 증가, 피보험자 수 등에 따라 보험료율·소득대체율과 같은 모수를 자동 조정하는 제도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많은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일정 월 연금액을 국고로 지급 보장하기는 어렵다"며 "무엇보다 지급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등 해외도 기금을 장기적으로 적립해 미래에 지급할 자금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기초·퇴직·개인연금 등 다양한 연금제도를 함께 손보는 구조개혁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기초연금은 월 40만원을 목표로 임기 내 인상하겠다"고 재차 약속한 뒤 "기초연금을 받으면 감액하던 생계급여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인 가구 기준으로 현재 월 71만원의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깎인다. 퇴직연금의 경우 실질적인 노후소득이 되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개인연금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금액이 상향되면서 오히려 생계급여를 받을 때 불리해지는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약자에 대한 두터운 복지를 지향하고 있는 정부 방향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정 부담이 관건이다. 내년에도 수급자 증가, 기준 상향 등으로 기초연금 예산은 1조6631억원, 생계급여 예산은 9489억원 증가한다. 석 교수는 "기초연금을 전액 공제해주기에는 국가 재정 부담이 클 것"이라며 "일부 공제해주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윤 대통령의 연금개혁 방향성 발표에 맞춰 구체적인 수치와 재정계산 등이 담긴 구체적인 방안을 다음달 4일 발표할 예정이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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