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정브리핑의 절반은 ‘자화자찬’···여당에서도 “민심과 인식의 괴리 심각”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2차 국정브리핑 시간의 절반 이상을 국정 성과 제시에 썼다. 경제도 외교도 모두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평이 주를 이뤘고, 국정 운영 과정에서의 자기 반성이나 외부 비판에 귀기울이는 대목은 찾을 수 없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 운영 지지율이 30%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인식이 민심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민심과 인식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차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약 41분 동안 국정브리핑을 했고, 이후 기자회견장으로 옮겨와 1시간20여분 동안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브리핑 41분 중 앞 부분의 약 24분을 국정 성과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도입부터 무더위를 언급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일찍부터 꼼꼼하게 대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반가운 소식이 참 많았다”며 체코 원전 우선 협상자 선정, 일본과의 줄어든 수출 격차 등을 언급했다. 특히 일본과의 수출 격차 축소를 언급한 뒤에는 “과거에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다”고도 밝혔다.
그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을 거론한 뒤 “이러한 노력들이 경제 성장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며 “지난 7월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우리의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는데, 이는 미국의 2.6%에 이어 주요 선진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고용률 30개월 연속 최고 기록, 실업률 역대 최저 수준, 국가 재정 건전성 강화 등을 나열한 뒤 “지난 5월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우리 수출 증가를 ‘블록버스터급’이라며 한국 경제 붐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한·일관계를 12년만에 정상화시켰다”고 했고, 지난 광복절에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을 두고는 “통일 비전과 방안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일 굴종외교 논란이나 정부의 대화 요구에 북한이 침묵하고 있는 사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부족한 점을 꼽은 대목은 체감 민생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대목 뿐이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 부담을 덜기 위한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소상공인 대출 지원,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 등을 나열한 뒤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민 여러분의 체감 민생이 기대만큼 빨리 나아지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지표상 소비자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시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혹평을 내놨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악의 경제난으로 민생이 신음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경제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염장을 질렀다”며 “재정도, 복지도, 외교도, 안보도 최악인데 대통령 혼자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성과라곤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없는데 국정을 잘했다는 자랑만 늘어놓는다”면서 “윤 대통령은 딴 세상에 사는 듯하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수면 아래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답답했다. 자화자찬을 너무 많이했다”며 “여기저기 (당내 분위기를) 물어보니 원전 얘기 나오면서부터 듣기 싫었다는 말이 많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오늘 대통령의 브리핑은 안일한 현실 인식, 실제 민심과 용산의 인식의 괴리의 심각함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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