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확신을" 윤 대통령, '국민연금 지급보장·세대별 차등 인상' 승부수

민동훈 기자, 안채원 기자 2024. 8. 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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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8.29.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하고 보험료 인상률도 세대별로 달리 인상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직접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노인은 가난하고 청년은 믿지 못하는 지금의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지만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지급을 국가가 보장하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해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국가가 연금액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새로 추가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달리 관련 법률에 정부의 지급보증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아 기금이 부족해도 정부 재원을 쓸 수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의 지급보장을 법제화할 경우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부담은 피할 수 없다.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주기로 한 연금액에서 현재 적립액을 뺀 '미적립 부채'가 정부의 확정적 부채로 바뀌기 때문이다.

지급 보장은 기금 고갈을 전제로 하는 만큼 국가 재정에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회계상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대외 신인도나 국채 금리 등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청년층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급 보장 명문화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의 3대 원칙으로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꼽았다. 이를 위해 먼저 윤 대통령은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금 개시 시점을 앞둔 장년층이 더 많이 부담하자는 얘기다. 예컨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장년층은 매년 1%P(포인트)씩 올린다면 청년층은 절반인 0.5%P씩 올려 목표치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윤 대통령은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 안정장치는 출산율, 기대 수명, 경제 성장률 등에 맞춰 연금 보험료율과 수급액을 자동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38개국 중 24개국이 이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출산·군복무 크레딧을 확대하고 기초연금 인상을 포함한 공적연금 개혁안을 동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초연금은 월 40만원을 목표로 임기 내 인상하고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깎이는 것을 개선해 중첩되더라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 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국회도 논의 구조를 조속히 마련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여야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연금 개혁 뿐 아니라 노동시장 선진화와 교육 개혁 등에 대해서도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 과정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면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편한 길"이라며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4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의료)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의료공백 사태와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정 갈등 우려,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미일 협력 방안 등 외교적 이슈와 함께 경제 성과 및 과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답변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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