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장 지지 없인 힘들다"…합병 대신 '플랜B' 택한 두산
주주 반발과 냉혹한 시장 반응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이 없던일로 됐다. 두산그룹으로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최적의 시나리오가 무산됐지만 이제 '플랜B'가 필요하다. 양사 합병 대신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둬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시장 의견도 적극 수렴한다는게 그룹 계획이다.
지난 달 11일 합병 계획 공개부터 그룹이 양사 합병 계획 철회를 결정한 이달 29일까지 논란의 핵심은 '합병 비율'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1 대 0.25 비율로 존속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 46%를 보유한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회사를 1 대 0.13 비율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고, 마지막으로 두산밥캣 잔여 지분을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바꾸는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취득하며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한 뒤 양사를 합병하는게 기존 사업구조 개편의 큰 틀이었다. 여기서 논란이 된게 마지막 단계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1대 0.63 합병 비율이었다.
우선 두산밥캣 주주 반발이 터져나왔다. 두산밥캣은 수년간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낸 알짜 회사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회사인데, 주주 입장에선 두산밥캣 1주를 줘도 두산로보틱스 1주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법대로 기준시가를 적용해 합병비율을 산정했지만 이것이 과연 실질적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한 합병이냐는 지적이 거셌다.
게다가 양사 합병을 통해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자금 투입 없이 그룹 캐시카우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대폭 끌어올리게 된다는 점까지 전해지자 시장 반응도 냉담해졌다.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약 한달 사이 35% 가량 급락했다. 이번 사업 구조 개편과 연관된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두산에너빌리티 3사 대표는 주주서한을 내며 주주와 시장과의 소통에 나섰지만 분위기를 되돌리긴 역부족이었다.
주주와 시장 반응이 싸늘한 가운데 양사 합병이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배치된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금융감독원은 합병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연이어 냈다. 사실상 무제한 정정요구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두산으로선 더 이상 합병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이 소멸됐다. 29일 합병 계획을 철회하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대표 명의 주주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사 합병은 무산됐지만, 두산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 자회사로 재편하는 작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기존 사업구조 재편 과정 중 마지막 수순인 양사 합병 직전 단계까지는 끌고 나가겠단 계획인 셈이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두는데 그치더라도 사업 시너지는 어느정도 낼 수 있다는게 그룹 내부 판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고, 두산밥캣의 현지 채널관리 역량과 파이낸싱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길도 트이게 된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역량을 활용해 주력 사업영역인 건설장비 사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다.
두산밥캣을 떼내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두산밥캣을 분할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5000억원 확보 등 1조원 가량의 재무적 효과를 얻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신규 투자여력을 원전 설비에 신속히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플랜B'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이번에도 '시장과의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는게 재계와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계속 찾아 시장에 제대로 전달해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편재하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한편 양사 시너지를 위한 추가적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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