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라이벌 나훈아, 이유 모를 은퇴 이해 안돼"…'오빠, 남진' 남진, 韓최초 아이돌의 불꽃 열정(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설 그 자체다. 한국 최초의 아이돌, 최초의 팬클럽을 만든 가수 남진(79)이 60년간 꺼지지 않는 음악 열정을 고백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팬덤을 이끈 가수 남진의 데뷔 60주년 기념한 콘서트 다큐멘터리 영화 '오빠, 남진'(정인성 감독, 바보들 제작). 그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오빠, 남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물론 노래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전했다.
남진은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해 '가슴 아프게'로 MBC 신인가수상을 수상, 1971년부터 1973년까지 3년 연속 가수왕에 선정된 것 뿐만 아니라 약 70여편의 영화 주연배우로 활약하며 명실상부, 독보적인 캐릭터로 인정 받은 올라운더 스타다.
닐 세다카, 엘비스 프레슬리, 레이 찰스 등 평소 팝가수를 좋아했던 남다른 음악적 감각을 지닌 남진은 장르의 한계를 넘나들며 세련된 음악을 추구, 그 시절 트렌드 세터로 국내 최초 팬덤을 형성해 4만명이 넘는 소녀팬들을 거느린 레전드 가수로 대한민국 최초의 아이돌, 그리고 팬덤으로부터 '오빠'로 불린 기록을 세웠다.
1965년에 데뷔해 올해 60주년을 맞이한 남진은 굴곡진 삶을 겪었던 과거부터 현재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콘서트를 개최한 과정까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생생한 현장을 '오빠, 남진'으로 담아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이날 남진은 "나이가 먹으면서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지 않나? 지금의 나처럼 나이 먹고 활동하는 가수들이 별로 없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감동했다. 60년 전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나"며 "오늘의 긴 세월을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스스로 축복이다고 생각했다. 많은 팬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내가 할 수 있구나' 감사함을 새삼 느끼게 된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고 다큐멘터리를 본 소회를 전했다.
그는 "60년 전 내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얼마나 귀엽고 멋있나. 사과로 치면 풋사과 같다"며 "겸손이 아니라 인간 김남진(남진 본명)에 대해 사람들은 잘 모르지 않나? 그 당시에는 인물 좋은 사람이 없었나 보더라. 전라도 말로 귄이 있다고 한다. 귀엽다는 이야기다. 그런 모습에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 것 같다. 그때 나는 친구도 많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울리길 좋아했다. 정겨운 사람을 참 좋아하는데 나 역시 인간성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고 호통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더불어 남진은 60년 가수 생활 '행운'이 컸다고 고백했다. 남진은 "그 시절과 지금은 전혀 다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똑같지만, 그 당시에는 오로지 음악을 좋아해 가수 한 번 해볼까 싶어 한 남진이 있었다. 그렇게 데뷔했는데 운이 좋아서 가수가 되고 스타가 됐다. 그걸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며 "노력에 비해 행운이 커서 스타가 됐다. 가요의 '가'자도 모르고 가수가 됐다. 그만큼 행운이 많았다. 어려웠던 시절 좋은 부모를 만나 고생도 안 해봤다. 그래서 세상을 잘 몰랐다. 나는 데뷔 초 힘든 과정이 없이 스타가 되지 않았나?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런 감사함을 제대로 보답을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가수가 되고 스타가 되니 깊은 맛이 없더라. 노래의 감성을 따라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런 이유로 더 열심히 해야 했고 더 노력하고 더 노래를 파고들어야 했다.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그것과는 다르더라. 피 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 그래서 회복하는 길은 노력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무명이 없었기 때문에 더 한 번 노력해보자 싶어서 최근엔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강한 압박감이 생겼다. 나이 먹은 후 훨씬 열정을 많이 갖게 됐다. 지금도 몇 시간씩 노래를 듣고 느끼려고 한다. 나 자신도 가수로서 진지함, 깊은 맛을 느끼고 싶었다. 다시 무명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다시 한번 해보고 싶고 내가 60년 전 히트한 곡을 다시 불러보고 싶다. 인기가수 남진으로 부른 노래가 아니라 정말 가수로서 부르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데뷔 후 스타덤에 오른 남진은 1986년 해병대에 입대했고 이후 베트남전에 파병을 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남진은 "역대 한국 가수 중 전쟁 나간 현존하는 가수 있나?"라며 "사실 원해서 간 건 아니다. 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군대에서 명령은 법이다. 안 따르면 안 된다"고 답했다. 1년 연장 근무를 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원래 일반병사는 해외에서 1년 이상 복무를 못 하게 되어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지만 나는 여단장에게 사정해서 1년을 더 있었다. 군 복무가 36개월이던 시절에 총 24개월 동안 파병가 있었다. 여단장이 내게 '다른 사람들은 빨리 한국 가려고 하는데 넌 왜 안 가려고 하냐'며 답답해 했다. 한국에 돌아가 전역할 때까지 부대에서 버티는 것보다 만기 전역까지 베트남에서 임무를 완수해 대중에게 멋지게 컴백하고 싶었다. 실제로 내 예상대로 됐고 돌이켜보면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해준 것은 월남전 파병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가요계 최초의 아이돌, 팬클럽 문화를 만든 자부심도 남달랐다. 남진은 "내가 데뷔했을 때가 20대였다. 그렇다면 팬들은 어떻겠나? 팬들은 10대였다. 9살이었던 팬도 있었다. 이랬던 팬들이 지금은 70살이 됐고 60살이 됐다. 소녀팬들이 60대가 된 것이다. 그런 세월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 지금은 행사 때 만나면 정말 팬들이 친척, 혹은 가족 같은 느낌이다. 너무 고마운 부분이 내 팬들이 지금 70대, 60대이지만 내 공연을 보면 표정이 아직도 소녀 같더라"고 애정을 전했다.
남진은 세기의 라이벌 나훈아에 대한 추억도 떠올렸다. 남진은 "나훈아는 내가 인정하는 전형적인 트로트 가수다. 나훈아는 타고난 트로트 가수다. 정말 타고난 가수다. 라이벌 시대가 있기 때문에 가요계가 전성시대도 온 것이다. 흥행을 위한 만든 구도다. 그 당시에는 쇼를 만들기 위해 라이벌 시대를 만든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마케팅이다"고 곱씹었다.
이어 "실제로 나훈아는 한참 후배다. 나훈아가 고등학생일 때 처음 봤다. 그 때가 내가 해병대 입대할 쯤이었는데 내 친구의 제자였다. 나중에 내가 월남 다녀오니 많이 컸더라. 라이벌도 만들어 가요계 전성기 시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투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나훈아에 대해 "사실 마음이 좀 그렇다. 솔직히 나훈아의 은퇴가 이해가 안 된다. 몸이 아프다거나 노래를 더이상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갑자기 은퇴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용필 씨가 나훈아 보다 나이가 더 많고 선배인데 다들 활동하지 않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나훈아는 개성이 강하다. 어떻게 살아 왔는가 보면 알지 않나?"라며 "가요계에서는 두 사람이 전성기를 이뤘고 7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황금기를 맞았다. 우리는 자연히 팬들 주도 하에 만들어 졌는데 태진아와 송대관은 자기들이 만든 것이다. 시대가 만들어준 것 같다. 멋있는 라이벌이었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남진은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노래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마지막을 맞이 하고 싶다. 노래를 잘 부른다기 보다는 노래를 가슴에 놓고 부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노래가 안 돼 할 수 없이 관두는 건 너무 슬프지 않나? 은퇴 공연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또 노래가 안 되면 떠나겠지만 노래가 아직 되는데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꺼지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오빠, 남진'은 오는 9월 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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