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텔레그램 CEO 예비기소…"미성년 성착취물 유포 도와"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갈무리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온라인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방치했다는 혐의로 프랑스에서 28일(현지시간) 예비기소됐다.

두로프는 앞서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

프랑스 검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두로프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조직적으로 유포하거나 마약을 밀매하는 범죄 등을 공모한 혐의,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관리를 공모한 혐의,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와 관련한 프랑스 수사 당국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법상 예비기소란 수사판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리는 준(準) 기소행위다.

두로프는 보석금 500만유로(한화 74억원 상당)를 내는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받았다. 단 일주일에 두 번씩 경찰서에 출석해야 한다.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에 대해 출국 금지 명령도 내렸다.

프랑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두로프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텔레그램에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의 용의자 신원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텔레그램이 응답하지 않자 지난 3월에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로프의 형이자 텔레그램을 공동 창업한 니콜라이 두로프에 대해서도 지난 3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두로프가 예비기소된 것이 범죄 행위의 형사적 책임을 플랫폼에 지우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두로프 변호인 측은 프랑스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비드-올리비에르 카민스키 변호사는 "메신저 서비스에서 저질러질 수 있는 범죄행위에 소셜미디어 대표가 연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완전히 터무니없다"며 "텔레그램은 모든 준법정신을 다해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유럽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는 지난 2013년 텔레그램 앱을 개발했다. 텔레그램이 이용자 간 통신을 암호화하고, 메시지 완전 삭제 등의 기능을 제공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낮다는 점 등 보안이 강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어났다. 현재 텔레그램 활성 사용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크게 늘어 전 세계적으로 9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로프는 2014년 러시아 정부가 브콘탁테에 시위 참가자의 개인정보와 반정부 인사들의 계정 삭제를 요구하자 이를 폭로하고 독일로 망명했다. 현재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중국적자로, 텔레그램 본사가 있는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다. 재산은 포브스 추정 155억달러(한화 20조5995억원 상당)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