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역할 커지는 신설 '인구기획부'
저출생 해결 위한 '의료개혁·지역균형 발전' 등도 강조
'컨트롤타워' 필요하지만, "부처 하나로 문제 해결할 순 없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오진송 기자 = 저출생 고령화 현상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신설할 인구 관련 부처에 큰 역할을 부여했다.
현행 위원회 체계로는 범정부적으로 인구 문제를 이끌어갈 동력이 부족한 만큼, 새로 부처를 조속히 만들고 장관에게 사회부총리까지 겸하게 함으로써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해 저출생 대응 계획을 설명했다.
다만 의료개혁 등 다른 개혁과제와는 달리 구체적인 해결 방식 언급 없이 '큰 그림'만 제시한 상태여서 부처 신설은 이제 문제 해결의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尹 "효과 없던 대책들 원점 재검토" 강조…구체적 정책 제시는 없어
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의 인구 정책과 그 방향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6월 19일 인구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가정) 양립·양육·주거의 3대 핵심 분야 151개 대응 과제를 발표했다"며 "이를 뒷받침할 추진 체계로 '인구전략기획부' 설치 법안을 발의했고, 대통령실에 저출생 수석실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 수석실을 중심으로 그동안 효과가 없었던 대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수혜자의 선택권, 정책 체감도, 지속 가능성을 감안해 사업을 재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브리핑에서는 기대했던 만큼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의료개혁이나 연금개혁 등 다른 국정 과제에 관해 구체적인 수치와 방법을 언급한 것과 달리, '원점 재검토', '재설계' 등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 역시 저출생 추세 반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저출생에 따른 인구 문제 해결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아마 노벨상 10개 정도는 받을 만큼 어려운 문제"라며 "중장기적으로 4대 개혁과 같이 경제사회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문제 전문가들도 당장의 세부적 방안과 그에 따른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저출산, 고령화는 앞으로도 100년 이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실제 사회·경제 상황을 연결해서 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기획부 신설 긍정적"…"부처 하나만으로는 안돼" 지적도
윤 대통령이 신설하겠다고 한 인구전략기획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용태 서울대 보건대 교수는 "인구 문제 때문에 앞으로 20∼30년간 한국은 굉장히 많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비해 미리 기획할 기능이 정부 안에 있어야 하는데, 그게 인구기획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식 원장도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중심으로 저출생 문제에 접근 중인데, 위원회는 의결기관이라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법 제정권이나 예산 집행권이 없는 일종의 자문 기구다.
이를 부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기획과 조정 권한을 갖춘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세운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부처 장관에게 사회부총리를 겸임하게 하는 것도 저출생 현상 반전을 위해 그만큼 권한을 주려는 의도다.
이 원장은 "전담 부처를 신설해 역량을 모아 강도 높게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상설 부처가 있어야 공무원들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구기획부 신설 하나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플랜(계획)을 제시해야 했다"며 "그 플랜을 모두 인구기획부가 한다고 하는데, 이 부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정부가 인구기획부로 어떤 문제를 다룰 수 있는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를 말해야 할 때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저출생 대책 말하며 '의료개혁 완수' 우회 강조
윤 대통령은 이날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계획을 설명하면서도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지역 균형발전이 인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요건은 정주 여건인데, 정주 여건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과 의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플 때, 중증 질환이 있을 때,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나와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지역 필수의료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어야 한다"며 "결국 저출생과 인구위기 극복은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 과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인구전략기획부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속도를 낸다는 방침으로, 국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9월에 범부처 합동으로 인구전략기획부 설립 추진단을 발족해 조직, 인사, 예산 등 관련 제반 사항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관련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의료와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외에 가족과 가정의 가치,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거는 다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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