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한겨레 2024. 8. 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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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무너지며 여러 나라가 태어났다.

벨라루스가 독립하며 1994년에 첫 대선을 치렀다.

벨라루스 최초이자 최후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였다.

오늘날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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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1954~)

소련이 무너지며 여러 나라가 태어났다. 벨라루스가 독립하며 1994년에 첫 대선을 치렀다. 한때 소련의 군인이었고 국영 농장 책임자였던 젊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출마해, 서른아홉의 나이에 초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벨라루스 최초이자 최후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였다. 그 뒤로 공정한 선거는 없었다. 루카셴코는 30여년째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5년에는 국민투표로 친러시아 정책을 도입했다. 1996년에는 헌법을 개정했다. 사형제를 부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했다. 1996년에 의회를 해산했다. 1999년과 2000년에는 루카셴코를 비판하던 반대파 인사들이 실종되었다. 언론을 장악하고 인터넷 접속을 제한한다. 오늘날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다.

벨라루스 사람들은 그를 좋아할까? 아닌 것 같다. 대통령 선거에서 번번이 당선되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짙다. 2020년에는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여러달 동안 일어났다. 루카셴코 정권은 시민 수만명을 잡아들였다. 고문 의혹도 있다. 국제사회는 그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비난한다. 루카셴코는 이렇게 대꾸한다. “독재자가 되는 것이 동성애자가 되는 것보다 낫다.” 인권에 대한 그의 의식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루카셴코의 든든한 뒷배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2020년 위기 때도 푸틴의 지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러시아 군대가 쓰라고 벨라루스 땅을 내어줬다. 2023년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바그너 용병 반란 때는 루카셴코가 나서서 중재했다. 사태 수습 뒤 바그너 용병이 머문 곳도 벨라루스 땅이다. 벨라루스는 갈수록 러시아에 종속된다.

1954년 8월30일에 태어났다고 알려졌다. 요즘은 자기 생일이 8월31일이라고 주장한다. 막내아들 니콜라이 루카셴코와 생일을 같은 날로 맞추려고다. 니콜라이를 공식 석상에 데리고 다닌다. 권력을 물려주려는 걸까? 아직은 여론을 간 보는 단계 같다. 루카셴코는 2025년 대선에 직접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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