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스로 스터디 지옥에 가두는가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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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준비생 시절, 다양한 공부 모임을 통칭하는 이른바 '스터디'를 지겹도록 했다.
기자가 된 뒤 지금까지 데이터저널리즘 스터디, 논픽션 공부 스터디, 국제경제 스터디, 좋은 기사 공부모임 등등을 했다.
어떤 기자는 외신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어떤 기자는 나중에 꼭 써보고 싶은 논픽션 책을 읽는 모임으로, 어떤 사람은 한달에 한번 국내외 좋은 기사들을 같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모임 등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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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은 | 법조팀 기자
언론사 준비생 시절, 다양한 공부 모임을 통칭하는 이른바 ‘스터디’를 지겹도록 했다. 아침 신문읽기 스터디, 논술·작문 스터디, 면접 대비 스터디, 한국어 시험공부 스터디 등. 심지어는 기상 스터디도 있었다. 아침 7시 전에 집을 나서 ‘바깥 인증’ 사진을 보내고, 7시 반까지는 ‘공부 중’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는 모임이었다.(여러차례 벌금을 내야만 했다.) 인증하는 시대에 걸맞은 엠제트(MZ)세대 언시생(언론고시생) 모드라고 할까. 공부하는 목적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를 어딘가에 묶어놔야 할 것 같은 불안도 컸던 것 같다. 어떤 신분도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지 않을 때, 스터디 개수로라도 나를 증명하려 했던 시도 같기도 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기본적으로 주변 준비생들도 마찬가지로 논술 스터디를 비롯한 다양한 스터디들에 본인을 묶어뒀다.
언론사 준비생에게 합격의 꿈은 이 지난한 스터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이었지만, 그도 잠깐이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기자가 되고 나서도 스터디를 여러개 하고 있다. 기자가 된 뒤 지금까지 데이터저널리즘 스터디, 논픽션 공부 스터디, 국제경제 스터디, 좋은 기사 공부모임 등등을 했다. 사내의 사회정책 공부모임이나 조직소통모임의 회원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내가 공부모임 중독에 빠진 건가 싶긴 한데, 비단 나뿐만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스터디 하는 기자들은 의외로 많다. 여러 단체에서 기자들의 연구모임을 지원하기도 하고, 그런 것과 별개로 마음이 맞는 동료들끼리 여러 경로를 통해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내 주변 저연차 기자들은 속해 있는 공부모임이 한두개씩은 있는 것 같다.
왜 스스로를 ‘스터디 지옥’에 또 가두는가.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기자로 사는 데 대한 일종의 불안에서 기인하는 건 아닐까 싶긴 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이 다르고, 취재하는 분야도 다르다. 출입처가 바뀔 때마다 백지에서 출발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공부모임을 통해 같이 일하는 기자들과, 때로는 취재원과 함께 공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같이 느껴진다. 때로는 출입 부처에서 기자단을 상대로 일종의 특강 등을 열어주기도 한다. 내가 출입하는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최근 법조기자단과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꼭 현재 취재 분야가 아니더라도, ‘내 일’에 대한 불안도 한몫하는 것 같다. 매일 현장을 가고, 기사를 쓰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는 저연차 기자는 많지 않다. 그래서 나름의 방법을 찾는 거다. 어떤 기자는 외신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어떤 기자는 나중에 꼭 써보고 싶은 논픽션 책을 읽는 모임으로, 어떤 사람은 한달에 한번 국내외 좋은 기사들을 같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모임 등으로 말이다. 하는 고민도, 그 고민에 답이 없다는 것도 똑같지만 그래도 모이면 좀, 낫다.
입사 초기에 어떤 기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부끄러움을 아는 기자’라고 답하곤 했다. 한달에 한번 스터디는, 한달에 한번 나의 게으름과 안주함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게 하는 시간인 것 같다. 다음주면 벌써 기자가 된 지 꼭 3년이 된다. 앞으로도 한달에 한번씩은 부끄러워하면서, 아무튼 스터디하는 기자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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