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몸값 입증법 다변화…'투자 유치부터 추가 가치 창출까지'
에이비엘바이오, 中 시스톤 임상 순항 속 글로벌 권리 추가 이전 가능성 부각
에이프릴바이오, 파트너사 적응증 확대 발표…"빅파마와 공동 개발 추진"
국산 기술 기반 신약 후보물질이 가치 입증 방식을 다변화 하고 있다. 단순 기술수출을 넘어 해외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보다 큰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대형사와의 공동개발, 2차 기술수출 등을 통해 또 다른 가치 창출을 모색 중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기술수출된 국산 신약 후보들의 추가 가치 증명을 위한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물질 경쟁력으로 세계 최대 시장 내 자금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높은 잠재력 평가에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에 적응증 및 시장 확대 등 또 다른 기회를 부여하는 중이다.
미국 네비게이터 메디신은 올 상반기 국내서 기술이전 받은 이중항체 신약 후보 'IMB101'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에서 1억달러(약 133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IMB101을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한 다수 자가면역질환에 적용 가능한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한 자금이다.
IMB101은 국내에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 HK이노엔,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공동 개발한 신약 후보다. 지난해 8월 미국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고, 올해 6월 아이엠바이오 주도로 9억4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네비게이터로 기술수출(아시아 제외 일본 포함 글로벌) 됐다.
국내 바이오벤처로부터 출발해 미국 기업 주도로 신약 허가에 도전하는 셈이다. 최근 국산 항암제 최초로 FDA 허가를 획득한 '렉라자'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1상 단계서 도입해 얀센(J&J)에 재차 수출 된 바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는 합작한 신약 후보 임상 순항에 추가 기대감이 커진 경우다. 양사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진행하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항암신약 후보인 'ABL202'(LCB71)을 공동 개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전문 영역인 항체를, 항체-약물접합체(ADC)에 특화된 리가켐이 링커와 페이로드를 각각 담당한 형태다.
해당 물질은 2020년 중국 시스톤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 돼 고형암·혈액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연말 혈액암 임상 후속 데이터 발표 등 2상 진입이 가시화 됨에 따라 물질 가치 제고가 기대된다. 신약 후보물질은 일반적으로 임상이 한 단계 진전될 때마다 최소 4배의 가치 상승을 인정 받는다.
시스톤은 기술도입 당시 해당 물질에 대한 한국 제외 글로벌 권리를 사들였다. 다만 시가총액 3000억원 안팎의 시스톤이 전세계 임상 및 상용화까지 완수하기엔 한계가 예상된다. 개발 진척으로 물질 가치를 높인 시스톤이 해외 일부 국가에 상업화 권리를 재이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바이오텍 간 기술이전 시엔 보다 큰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할 수 있는 3자 기술이전에 대한 조건도 충분히 논의를 한다"며 "회사 역시 글로벌 빅파마를 대상으로 한 계약 외엔 해당 조건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프로핏쉐어링(Profitsharing, 이익배분)도 가능한 구조다"고 말했다.
에이프릴바이오 역시 앞서 체결한 2건의 기술수출 대한 추가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 이 회사는 덴마크 룬드벡과 미국 에보뮨에 각각 면역질환 치료제 'APB-A1'과 염증질환 치료제 'APB-R3'를 기술이전했다. 룬드벡은 현재 ABP-A1을 갑상선 안병증(TED) 치료제로 개발 중인데,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다발성경화증(MS)로의 적응증 확장 계획을 추가로 공개했다.
MS 시장 규모가 약 30조원으로 10조원 미만 TED를 압도하는 만큼, 대규모 임상과 상업화 전략 필요성에 공동개발 파트너 또는 대체 금융 모델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협업이 에이프릴바이오에 직접적 수혜를 주진 않지만, 보다 방대한 시장을 타깃으로 한 개발 성공 가능성 제고 전략에 향후 기술료와 로열티 등을 기대할 수 있다.
APB-R3를 사들인 에보뮨은 룬드벡 보다 더 작은 규모의 바이오텍으로 핵심 전략이 파이프라인 가치 부각을 통한 회사 매각 및 이익 창출이다. 에보뮨이 내년 1분기 APB-R3의 아토피 피부염 임상 2상 진입을 앞둔 데다, 창업자인 루이스 페나가 앞서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해 일라이릴리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점은 매각 또는 재이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특히 미국은 국내에 비해 유망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를 사들이는 거래가 활발한 편"이라며 "회사와 함께 빅파마로 물질의 권리가 함께 넘어가면 한층 높아진 개발 성공 가능성과 구축된 유통 인프라에 추가적인 수익 배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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