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강철원 사육사 중국서 재회, 심장 터지는 줄 알았죠"
"'푸덕' 아닌 분들도 공감했으면…증오 없고 따뜻함만 있는 작품"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안 본 사람들이라면 멀어지는 배구공을 보고 오열하는 톰 행크스가 이해되지 않잖아요. 푸바오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에게는 그냥 곰이겠지만, 푸바오가 크는 과정을 지켜보며 힐링한 사람들에게는 푸바오와의 헤어짐이 슬플 수밖에 없지요."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할부지'의 심형준 감독은 푸바오가 한국 팬들과 이별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2020년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코로나19 기간 지친 일상을 보내던 이들에게 위로를 주면서 수많은 '푸덕'(푸바오 팬덤)들을 형성했다.
그러나 국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생후 48개월 이전에 짝을 찾아 중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라 중국으로 가야 했고, 많은 이들이 떠나가는 푸바오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 달 4일 극장에 걸리는 '안녕, 할부지'에 이런 과정이 담겼다. 특히 푸바오가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3개월을 조명한다. 푸바오의 일상을 비롯해 중국 반환 과정, 사육사들의 인터뷰,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의 재회 등이 담겼다.
심 감독은 처음엔 이 작품의 연출 제안을 받고서 난감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푸바오를 깊이 알지는 못했던 데다 직접 쓴 각본을 토대로 극영화를 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유튜브에 있는 푸바오와 사육사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사육사들의 삶에 푸바오가 어떻게 녹아 있을지, 이들이 이별하는 순간의 감정은 어떨지 찍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막 끓어올랐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연출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사육사들에게 촬영 협조를 구해야 하는 데다 푸바오 가족을 자연스럽게 찍어야 해 촬영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심 감독은 "푸바오와 두 분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담백하게 알리고 싶다. 감독으로서 영광을 누리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며 강철원·송영관 사육사를 설득했다고 한다.
푸바오 가족과는 시간을 두고 차츰 촬영 장비와 인원을 늘리는 방식을 이용해 가까워질 수 있었다. 덕분에 사육장 안팎에서 장난을 치며 구르고, 대나무와 당근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 푸바오의 모습이 영화에 그대로 나온다.
심 감독은 3개월간 푸바오를 지켜보며 정이 많이 쌓였다고 한다. 복잡한 마음으로 푸바오의 중국행을 기다리던 날, 강 사육사의 모친상 소식을 듣고서는 "머리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고 그는 돌아봤다.
"드라마 작가가 이런 스토리를 써온다면 '지금 장난하는 거냐'고 할 거예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강 사육사님이 어머니와 통화할 때 사랑한다고, 건강히 지내시라고 당부하는 장면을 많이 찍었거든요."
그는 강 사육사의 동의를 얻어 장례식장 풍경을 조심스레 카메라에 담았다. 강 사육사는 장례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푸바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중국 여정에 동행했다.
심 감독은 이때를 비롯해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강 사육사와 푸바오가 지난 7월 중국에서 재회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스토리의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는 것이 아니냐"며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카메라를 잡은 손이 떨렸다"고 회상했다.
푸바오는 재회 첫날에는 잠을 자느라 우리 바깥에 서 있는 강 사육사의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가, 둘째 날은 그를 알아본 듯 30∼40분간 주위를 맴돌았다고 한다.
그러다 강 사육사 앞에 멈춰 선 푸바오는 울타리를 잡고 벌떡 일어나 눈을 맞춘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 모습이 영화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심 감독은 "강 사육사님이 푸바오의 등을 한 번만이라도 만져주면 좋을 텐데, 먼 거리에서 보기만 해야 해 가슴 아팠다"며 "저도 강바오(강 사육사의 별칭)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극적인 순간을 경험했어요.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이별과 죽음을 겪으면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감정이 쌓였죠. 그런데 푸바오를 만나는 순간 모든 게 해소됐어요. 희망도 생겼고요. 이 영화에는 증오는 없고 따뜻함만 있습니다. 푸바오를 잘 몰랐던 분들도 '안녕, 할부지'를 통해 푸덕들에게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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