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문 연 간송미술관, 첫 손님은 ‘조선의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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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모나리자'가 석달 동안 대구에 거처를 꾸린다.
미소인지 울상인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유명한 풍속화가 신윤복의 명작 '미인도'가 내달 3일부터 대구간송미술관 1층 2전시실을 홀로 독방처럼 쓴다.
일제강점기 최고 수준의 서화 유산들을 수집하며 국외 반출을 막아낸 대수장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의 대구 분관이 내달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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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모나리자’가 석달 동안 대구에 거처를 꾸린다.
미소인지 울상인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유명한 풍속화가 신윤복의 명작 ‘미인도’가 내달 3일부터 대구간송미술관 1층 2전시실을 홀로 독방처럼 쓴다. 그래도 외롭지 않다. 바로 옆 3전시실에 ‘국보 중의 국보’이며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라는 우리 한글 최고 문헌인 ‘훈민정음 해례본’이 이웃해 선보이기 때문이다. 1전시실 가장 안쪽 가운데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명작 ‘금강내산총람’이 또 다른 대표작 ‘청풍계’와 ‘여산초당’을 거느리고 관객을 맞게 된다.
일제강점기 최고 수준의 서화 유산들을 수집하며 국외 반출을 막아낸 대수장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의 대구 분관이 내달 문을 연다. 대구간송미술관이란 이름의 이 분관은 경북 안동 도산서원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최문규 건축가의 역작으로 연면적 8003㎡에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다. 전시실 6곳과 보이는 수리복원실, 아트숍, 도서실 등이 들어섰다.
9월3일 일반 공개되는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에선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이 관객과 만난다. 전시명 ‘여세동보’는 ‘세상 함께 보배 삼아’라는 뜻이다. 간송의 컬렉션 수집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며 안목을 키워준 스승 위창 오세창이 보화각(간송미술관 옛 이름) 설립을 축하하며 지은 정초명에서 따온 것이다.
좌청룡 우백호의 산세나 활짝 벌어진 꽃 모양으로 작품 배치를 한 1전시실에는 겸재 정선과 신윤복, 김홍도, 김득신의 숱한 명작들이 자리한다. 거의 펼칠 기회가 없었던 현재 심사정의 대작 ‘촉잔도권’도 위창의 평문과 함께 전체가 펼쳐져 전시된다. 2전시실에 최초로 단독 전시된 신윤복의 ‘미인도’는 암전된 독실에 들어온 관객들이 진열장 가까이에서 그림의 세부를 샅샅이 훑어볼 수 있다. 그림 진열장 벽 뒷면에는 ‘가슴 속은 언제나 사시사철 봄이로구나’라는 내용으로 그림에 써넣은 제화시와 ‘신가권인’이라는 작가의 인장을 확대해 인쇄해놓았다.
15세기 세종 임금이 창제한 훈민정음(한글)의 원형에 대해 설명한 최고의 문헌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돼 서울로 가져온 지 84년 만에 처음 지역에서 전시되는 국보다. ‘소리로 지은 집’이란 제목을 단 3전시실에서 해례본 내용을 풀어 읽는 오늘날 한국인들의 육성 사운드아트 작품과 함께 선보인다. 지하 1층 서예·도자·불교미술 전시장(4전시실)에는 추사 김정희의 기골찬 글씨 대표작들에 이어 고려청자의 대명사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원숭이 모자의 앙증맞은 상 등 도자 걸작들이 도자병 모양으로 휘어져 배치된다. 계미명삼존불상과 불감이, 간송이 수집한 두 석탑 부도탑 모형을 배경으로 전시를 갈무리한다.
지하 1층 실감영상실(5전시실)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겸재의 진경산수화를 비롯한 주요 소장 그림들의 미디어아트 동영상을 볼 수 있다. 5전시실을 나오면 연못에 현대식 정자가 자리한 풍경이 비치는 통창을 만나게 된다. 숱한 민족 미술의 성찬을 맛본 뒤 식후경 같은 감흥을 안겨준다. 대덕산 자락에 들어선 미술관 앞에 주변 풍광을 굽어볼 수 있는 박석마당을 깔아놓은 것도 눈에 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쪽은 “서울 간송미술관은 기존에 해온 것처럼 봄과 가을에 짧게 정기전을 열고, 대구간송미술관은 소장품을 상설 전시하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관전 전시는 12월1일까지.
대구/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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