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10년 마침표···조희연표 교육정책 동력 약화 불가피
조희연 "해직교사 특채 화해 위한 조치···후회없어"
서울시교육청,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
10월 16일 보궐선거···강신만·박선영 등 거론
'국토인생' 등 조 교육감 주요 사업 타격 가능성
지난 10년간 서울시교육청을 이끌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임기를 2년 가량 남기고 불명예 퇴진했다. 3선 서울교육감으로서 진보 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조 교육감이 물러나면서 '조희연 표’ 정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서울 교육 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이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지난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후 2018년과 2022년 내리 연임하며 첫 3선 서울교육감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이날 판결 확정으로 10년간 이어졌던 진보 교육감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조 교육감은 대법 판결 직후 서울시교육청 본관 1층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계의 역사적 화해를 위한 조치였다”며 "해직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당시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나 살면서 몇 번쯤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로운 가치에 몸을 던져야 할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존의 교육과 공존의 사회를 함께 꿈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한 분들과 손잡고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의 마지막 기자회견 자리에는 본청 1층부터 정문까지 많은 교육청 직원들이 함께 했다. 조 교육감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본청 1층부터 정문까지 줄지어 있는 직원들에게 고별인사를 한 후 마지막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시교육청은 즉시 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설세훈 교육감 권한대행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행정 공백이 발생 되지 않도록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성실히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권한대행 체제는 내달 보궐선거에서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돼 취임할 때까지 유지된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3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오는 10월 16일 치러진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중도 낙마에 따라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보궐선거의 진보 계열 후보로는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교사가 아프다' 저자 송원재 퇴직 교사, 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 등이 거론된다.
보수 계열 후보로는 박선영 전 동국대 교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누가 출마할지는 9월 초가 돼야 윤곽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당선인은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최 전까지 서울시교육감을 맡는다.
임기는 약 1년 7개월(2024년 10월 16일∼2026년 6월 2일)로 교육감 임기 4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기간이다.
보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은 조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상실한 이날부터 9월 25일까지 진행된다.
9월 26∼27일에는 후보자 등록 신청, 10월 11∼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 10월 1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조 교육감이 떠나면서 서울 교육 정책이 상당 부분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10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제2의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겠다 강조했다. 이번 임기 주요 사업으로 '국·토·인·생(국제공동수업·토론교육·인공지능교육·생태전환교육)'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교육부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맞물린 AI교육을 제외하면 대부분 추진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다음 달로 예정된 도시형캠퍼스(도시형 분교) 개교 사업 추진, 폐교 활용 방안 발표 등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다만 기초학력 보완,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 등은 정부의 추진 의지가 확고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임 교육감 체제하에서는 수월성 교육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교육감 역시 수월성 교육에 관심을 가졌지만, 조 교육감은 ‘모두를 위한 교육'에 방점을 뒀다.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 교육이 얼마나 변할지는 교육감이 누가 되는지 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기초학력 증진과 수월성 교육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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