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월세만 받는 기업형 민간임대,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전세선호 임대시장 서민 외면 가능성도
‘20년 임대 후 분양’ 기업참여 유인 부족
“신유형 장기임대주택은 기본적으로 ‘월세 베이스’이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가계부채도 줄어들고, 전세사기 피해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8일 ‘신유형 장기임대주택’ 공급방안 발표 후 서울 용산의 한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신유형 장기임대주택’으로 이름 붙인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내지 않고 100% 월세를 내는 월세 임대주택이라는 의미다. 박 장관은 전세를 중심으로 한 기존 민간 임대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칫 기업과 서민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제도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100% 월세만 내는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청년들의 경우 저리의 각종 디딤돌 전세대출이 보편화 된 만큼 전세보증금을 없앤 월세임대주택을 굳이 선택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택전문가는 29일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보증금이 있기에 월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것인데, 전세보증금을 없애버리면 월세는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100% 월세 임대주택이 서민 청년층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임대주택을 100% 월세로 받으면 좋은 사람은 기업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자 포함)과 향후 거둬들이는 월세수익 총액을 비교했을 때 수익이 더 많으면 사업에 뛰어들 유인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20년 장기임대’다. 대부분의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들이 임대주택을 ‘임대 후 분양전환’ 형태로 운영하는 이유는 임대수익만으로는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분양을 목적으로 지었어도 집값 하락기에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해 초기사업비를 회수하고 집값이 오르는 시점에 분양하는 경우도 많다”며 “임대주택을 운용하는 것도 결국 차후 분양을 통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20년 임대 후 분양가, 누가 정하나
그러나 국토부가 발표한 신유형 장기임대주택은 임대기간을 20년으로 못박았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는 임대수익이 나지 않아도 20년이 지나야만 분양을 할 수 있다. 임대 후 분양을 통한 시세차익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기업으로서는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때 했던 ‘뉴스테이’의 임대기간도 8년에 불과했다. 민간기업이 임대주택을 8년만 운영해주면 그 후에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얘기다.
한 주택전문가는 “정부 발표를 보면 20년 뒤 분양전환을 할 때 분양가를 어떻게 하겠다는 명시적 문구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가령 ‘20년 뒤 분양가는 사업자가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다’라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솔깃할 수 있으나 당장 논란을 피할 수 없으니 명시하지 않은 것”이라며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 상한 등을 걸어 수익을 제한했으니 향후 분양수익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정부가 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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