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주로 집행유예… 딥페이크, 해외선 어떤 처벌받나?

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SNS 계정 중 딥페이크로 생성한 가짜 계정들이이 발견되고 있다. /사진=CIR(정보회복력센터) 캡처

국내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이같은 기술 악용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이 합성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된 후 관련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달 미국은 딥페이크 피해자가 이를 제작한 사람뿐만 아니라 유포하고 소지한 사람까지 고소할 수 있는 연방 법안이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피해자는 제작·유포·소지자에게 15만달러(약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오는 11월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딥페이크로 생성한 가짜 SNS 계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3만명의 엑스(X·옛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한 루나(32)는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로 밝혀졌다. CNN이 정보회복력센터(CIR)와 공동 조사한 결과 딥페이크로 생성된 가상 인물 16명이 더 파악됐다.

홍콩에선 지난 1월 영국의 다국적 엔지니어링 그룹 Arup의 재무 담당자가 영상회의에서 딥페이크 기술에 속아 2500만달러(약 333억원)를 송금하는 일이 벌어졌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재무 담당자는 Arup 본사 CFO로부터 온 것으로 가장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내용은 마치 '비밀 거래'에 관련된 것처럼 꾸며져 있었고 이후 재무 담당자는CFO와 화상회의까지 진행한 후 다섯 개의 다른 홍콩 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하지만 재무 담당자가 화상회의에서 본 CFO의 모습은 딥페이크로 만든 가상 영상이었다.

중국 항저우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음란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벌금을 물었다. 남성은 지난해 11월 항저우 샤오산구 인민법원에서 징역 7년 3개월 형과 6만 위안(약 1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6만위안을 지불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당국은 그의 채팅방에서 1200개 이상의 포르노와 1600개의 이미지를 확인했다. 제작된 음란물에는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포함돼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9월 남학생들이 같은 동네 여학생들의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해 동네가 충격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를 입은 여학생 28명의 부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12~14세 남학생들이었다. 스페인 청소년 법원은 가해자 15명에게 1년의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영국은 최근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기만 해도 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4월 영국 법무부는 정부가 발의한 형사사법안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당사자 동의 없이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만든 사람은 형사 입건돼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음란물을 외부로 유포했다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국내는 현행법상 딥페이크 성범죄의 최대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유포할 목적을 증명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 시청과 소장은 처벌 조항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2020년 이래 딥페이크 성범죄로 기소된 71건 가운데 35건은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쳤다.

김영훈 기자 mike4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