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결단'에 롯데칠성 '화답'…페트병 무게 확 줄였다

김아름 2024. 8. 29. 15: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내 첫 질소충전방식 생수 출시
페트병 무게 30% 줄여…플라스틱 감축
무게 줄인 대신 질소로 페트병 강도 보완
그래픽=비즈워치

롯데칠성음료가 환경부와 손잡고 질소충전 기술을 도입한 초경량 페트(PET) 생수 시범사업을 개시한다. 질소충전 기술을 사용해 기존 경량 페트 대비 30% 가까이 무게를 줄인 제품이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페트 수거·재활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13.1g→9.4g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환경부와 함께 먹는샘물(생수)용 페트병 경량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수병 내부에 질소를 투입하는 방식을 국내 최초로 시도한다. 오는 9월 병 무게를 13.1g에서 국내 최경량인 9.4g으로 줄인 아이시스 500㎖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다른 제품들에도 경량화 페트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9g대 페트를 이용해 생수를 제조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그간 11g(500㎖ 기준) 미만의 생수 페트병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적재량이 많은 생수에 10g 미만의 가볍고 얇은 페트를 사용할 경우 생수 적재 시 병목이나 허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거나 찌그러지게 돼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생수를 병입할 때 '액화질소'를 투입한다. 질소가 병 안에서 기화되며 내부 압력을 높여 페트병이 단단해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질소를 넣은 생수를 만들지 않았다. 식약처 용기공전 기준의 해석 때문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식약처 용기공전에는 '기구 및 용기·포장 제조시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원료성 물질은 식품 혹은 식품첨가물이거나 미국, 유럽연합 등 제외국에서 사용이 허용되어 있는 것으로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환경부는 '생수 용기는 유해한 물질이 용출되지 않고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고 고시하고 있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규제는 없다'고 말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애매하게 해석될 수 있는 조항에 대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질소충전은 생수에 액화질소를 소량 넣어 물과 반응하면 기화해 내부 압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물에 액화질소가 직접 닿아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리스크가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

또 섣불리 생산라인을 교체했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사실상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며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부분이 없어서 업계에서 그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량의 장점

질소 충전 기술을 사용하면 생수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환경부는 이 방법을 통해 생수병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연 2만8000톤 이상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생수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무라벨 생수'를 통한 플라스틱 감축량이 연 2400톤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배 이상 감축 효과가 큰 셈이다.

경량 페트는 분리수거에도 용이하다. 플라스틱의 두께가 얇아 쉽게 찌그러져 부피를 줄이기 용이하다. 현재 사용되는 생수 페트의 경우 성인 남성도 수직으로 찌그러뜨리기 어려워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경량 페트가 도입되면 수직으로 찌그러뜨려 버릴 수 있어 분리수거에 드는 노력과 수거·운반 비용을 함께 감축할 수 있다.

질소충전 생수의 장점/사진=환경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건강상의 우려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대부분의 생수 제조사들이 질소 충전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의 플라스틱 가공 능력 역시 우수하다. 'OK사인'만 떨어지면 경량 페트를 이용한 생수 제조 시설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칠성은 이밖에도 2030년까지 석유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 사용량을 지난해 대비 30%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아이시스ECO 외부 패키지에만 사용 중인 재생원료 20% 사용 폴리에틸렌 필름을 전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은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미션"이라면서 "롯데칠성의 시범사업 이후 다른 생수 제조사들에서도 경량 페트 제품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