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없는 의·정 갈등…응급실은 “붕괴 직전” 호소

최서은 기자 2024. 8. 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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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이 29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로 중계 방송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의료계는 당장 내년도 의대증원부터 유예하라고 맞서면서 의·정 갈등이 끝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응급실을 중심으로 현장 의료진들은 “붕괴 직전”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세종시 유일한 국립대 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날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9월1∼30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추석 연휴인 다음 달 16일 오전 8시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는 응급실을 24시간 정상 운영한다. 다만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정상 진료한다.

병원 측은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사직으로 불가피하게 24시간 응급 진료 체계(성인)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충원 시까지 한시적으로 야간진료를 제한하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교수 3명과 촉탁의(계약직) 12명 등 15명으로 운영되던 응급의료센터는 최근 교수 1명·촉탁의 3명이 사직한 데 이어 9월 1일 자로 촉탁의 4명이 추가로 사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당직 근무 시 전문의 한명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 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혼자서 응급실을 보고 있어서 전화를 할 시간도 없다”면서 “이 상황 자체가 현재 응급실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 순천향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등도 진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빅5’ 병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현재 응급실 상황은 매우 안좋다”면서 “정부 입장은 (응급실) 문만 열려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으니 봉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100군데가 거의 대부분 반 이상 역량이 떨어졌다”라며 “치료를 받아야할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수술 받을 환자가 제대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죽으면 그게 붕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 틀린 방향이면 멈춰서야한다”며 “지금부터 멈춰도 다시 되돌리는 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를 정도로 이미 망가져있는 상태”라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최근 국회 여야 및 대통령실 제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현시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은 2025학년도 증원 유예”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현재 정원의 1.2∼4배로 증원된 의대는 늘어난 학생을 교육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며 “2025학년도 증원을 유예하고, 2026학년도 정원에 관해서는 과학적이고 합리적 추계를 하면서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라”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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