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민주당…헌재, ‘비위 의혹’ 이정섭 검사 탄핵 청구 만장일치로 기각
헌재, 野 탄핵 남용에 “국회가 소추사유 내용 충분히 조사 안한 듯”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헌법재판소가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지난 5월 첫 검사 탄핵 심판에 이어 두 번째로 탄핵안을 물리친 것이다. 헌재 재판관 9명 모두 만장일치로 "탄핵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개인 비위 의혹을 명분 삼아 이 검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의 논리에 힘이 빠지게 됐다. 이 검사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를 지휘했던 만큼, 이 검사에 대한 탄핵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 바 있다.
헌재 "탄핵사유 불특정, 헌법·법률 위반도 아냐"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8월29일 오후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번 검사 탄핵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11월9일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같은 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그러나 국회 상황상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 표결'이라는 시한을 지키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철회했다. 이후 11월28일 재발의했고,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탄핵소추의결서가 12월4일 헌재에 제출되면서 심리가 시작됐다.
민주당의 탄핵 사유는 이렇다. 이 검사가 처남 조아무개씨의 마약 투약 사건과 관련해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조씨의 사건 수사를 막기 위해 수서경찰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른바 '수사 무마 의혹'을 근거로 들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집합금지명령 위반 등도 탄핵사유로 지목했다. 2020년 12월 모 대기업 임원이 예약한 스키장 리조트의 콘도 식당에서 자신의 가족 등 10여 명과 식사를 한 데 대해서다.
이 밖에 △자신의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선·후배 검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점 △김아무개씨의 뇌물죄 관련 형사재판에서 증인 최아무개씨를 증인신문 전에 사전면담하는 등 사건에 개입한 의혹 △2018년 8월경, 2021년 4월경 두 차례에 걸쳐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에 위장 전입신고한 점 등도 탄핵사유에 올랐다.
헌재는 그러나 탄핵안을 물리쳤다. 우선 △수사 무마 의혹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리조트 예약 관련 부정청탁금지법 △범죄경력조회 무단열람 등에 대해 탄핵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조트 예약 관련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선 직무집행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 부분과 관련, 헌법 제27조제1항(법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 헌법 제7조제1항(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써 공무원 등), 검찰청법 제4조제2항(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점), 국가공무원법 제56조(공무원의 법령 준수 등)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국회, 탄핵사유 조사 내지 검토 충분치 않았다"
구체적으로 헌재는 "수사 무마 의혹,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리조트 예약 관련 부정청탁금지법, 범죄경력조회 무단열람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등은 행위의(행위가 일어난) 일시·대상·상대방이나 직무집행과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탄핵심판 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돼 다른 사실과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피청구인(이 검사)에게 방어권 행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한 헌재는 "소추사유가 특정되지 않아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소추사유들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리조트 예약 관련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선 "직무집행과 관계가 없는 행위가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 역시 "법원은 이 검사가 관여한 사건의 사전면담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지도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과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2명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및 헌법 제7조 제1항 위반이 인정되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라는 개별 의견을 냈다.
이는 '검사 탄핵'과 관련한 헌재의 두 번째 결정이다. 헌재는 지난 5월30일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안 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우성씨를 지난 2014년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등 공소권 남용 의혹을 받았다. 이런 공소권 남용이 탄핵 사유가 될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다. 헌법 제65조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집행과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위반'인 경우에 한정된다.
한편 헌재는 이 검사에 대한 결정에서 헌법과 법률(검찰청법)에 따라 검사도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의 탄핵 남용'과 관련해선 "탄핵소추안 첫 발의부터 의결 등의 경과를 보면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가 소추사유의 구체적 내용 등을 충분히 조사 내지 검토할 시간이 있었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회의 재량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등을 이유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현재 강백신·김영철·엄희준·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들이 이 대표의 사건 수사를 맡은 공통점이 드러나면서 검사 탄핵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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