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수사 개입' 전익수 2심도 무죄…"행위 정당화는 안돼"

▲ 지난해 6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 하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유족들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은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오늘(29일) 낮 2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안미영 특별검사팀의 구형량은 징역 2년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원심의 일부 판단에 잘못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법관이 입법에서 의도한 바를 확대 해석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법리상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서 당시 전 씨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전 씨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이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그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법적으로 정당화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

전 씨는 2021년 7월 이 중사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혐의로 군무원 양 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영장을 청구한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 등으로 2022년 9월 기소됐습니다.

1심은 면담강요죄 법 규정에 대해 "검사 등 수사기관이 아니라 증인이나 참고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며 "형벌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군무원 양 씨는 1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됐습니다.

2021년 6월 성추행 가해자 장 모 중사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과 심문내용 등을 전 씨에게 누설한 혐의가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이 부분은 무죄라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 중사 사망이 알려지며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로 허위사실과 공무상 비밀을 언론에 누설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당시 공군본부 공보 담당 중령 정 모 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유지됐습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그는 오늘 법정구속됐습니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2일 장 중사에게 성추행당해 이를 신고했지만 2차 가해에 시달린 끝에 그해 5월 21일 23살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전 씨가 가해자의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 등 군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특검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전 씨 의혹의 근거인 녹취록이 허위임이 드러나면서 특검은 면담강요 혐의로만 그를 기소했고, 1·2심 모두 무죄가 났습니다.

오늘 재판을 방청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1심 판결처럼 죄목이 없어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너무 화가 난다"며 "'전익수 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