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도 모른 김우빈의 선행…‘송혜희 찾아주세요’ 펼침막 안타까워서

실종된 딸 찾다 세상 떠난 송길용씨 빈소에 조화
소속사 “확인 요청하는 취재진 질문 받고 알았다”

배우 김우빈.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우빈이 25년 동안 실종된 딸을 찾다가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송길용(71)씨 빈소에 조화를 보내 애도했다. 김우빈은 송씨와 친분은 없지만, 평소 길에서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는 펼침막을 자주 봐왔던 터라 안타까운 마음에 조화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빈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8일 김우빈씨가 소속사에 알리지 않고 개인적으로 송씨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며 “(소속사도) 확인을 요청하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우빈씨는 송씨와 만난 적이 없지만,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2016년 6월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주최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송혜희양의 아버지 송길용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씨는 26일 트럭을 몰던 중 마주 오던 덤프트럭과 충돌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사고 직전까지 딸을 찾기 위한 펼침막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송씨는 1999년 2월13일 고등학교 3학년이던 둘째 딸 송혜희양이 실종된 뒤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전국 곳곳에 붙이고 전단을 돌리며 길 위에서 살아왔다. 긴 세월 동안 송씨가 차를 몰고 달린 거리는 72만킬로미터, 거리에서 나눠준 전단은 300만장, 길 위에 매단 펼침막은 2500장(2016년 기준)에 이른다.

송씨는 2019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매주 4000장의 전단지를 뽑는다”며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딸을) 찾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돼 한때 위중했으나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송씨는 뇌경색과 허리 통증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는데 이후 고열 증세를 보였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주 만에 퇴원한 송씨가 향한 곳도 전단이 실린 트럭이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송씨는 “오직 딸만 생각하며 버텼고 메르스를 이겼다”며 “딸을 찾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