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취급받는 체육회…‘이기흥 독주’가 부른 위기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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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가 어떻게 괴물이 됐는지 모르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한체육회를 직격한 말이다.
28일 파리패럴림픽 취재 기자 인터뷰에서는 "체육보다 다른 것을 하게 되면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고 했는데 대한체육회에 날린 경고장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대한체육회 산하 60여 종목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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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가 어떻게 괴물이 됐는지 모르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한체육회를 직격한 말이다. 문체부 수장의 공격적 언어 표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체육이 ‘정치 조직화’돼 있다고 생각한다” “체육과 체육인을 생각하는 정책이면 되는데, 낡은 관행과 오래된 습관이 남아있다” 등이 그렇다. 28일 파리패럴림픽 취재 기자 인터뷰에서는 “체육보다 다른 것을 하게 되면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고 했는데 대한체육회에 날린 경고장으로 볼 수 있다.
유 장관의 과격한(?) 발언은 23일 서울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선수단 환영 만찬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좋은 결과를 낸 방식은 더 발전시키고, 낡은 관행들은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문체부가 정책·재정 수단을 동원해 체육회를 압박하고 있다.
문체부는 28일 내년부터 생활체육 예산 416억원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방 체육회에 직접 교부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대한체육회 산하 60여 종목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표했다. 문체부는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연간 4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대한체육회에 입장에서는 그동안 행사해온 예산 배분권을 잃게 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속앓이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예산 편성 절차를 거친 문체부의 결정에 대해 법 논리 싸움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기흥 회장 독주 체제의 위기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말부터 체육회를 이끌어온 이기흥 회장은 그동안 광범위한 정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체육계의 이익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내부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조직 역량 강화 없이 개인기에 의존한 체육회 운영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충청권 세계대학경기(U)대회 사무총장 공모 선정 결과를 사후에 무효화시켰다. 연말에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국가체육정책위원회 첫 회의에 불참하면서 정체성 자체를 비토했다. 연초에는 대규모 체육인 대회를 통해 대정부 압력을 가하는 등 위력 시위를 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공모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이뤄지자 권력에 취했다는 말이 나온다. 파리올림픽 기간 사석에서 문체부(장관)를 상대로 욕설까지 하는 행태의 배경이다.
문체부는 과거 종목단체에 대한 예산 배분을 직접 시도했다가 준비 부족으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이번 두 번째 시도가 체육회에 대한 지휘·관리 권한의 남용이 돼서는 안 된다.
대한체육회 또한 정부와 합리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정부 정책에 무조건 “안 돼”라고 하면서,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지지를 받기 힘들다. 회장 일인의 독주가 아니라 건강한 내부 토론과 공론화 등이 가능한 조직 문화가 선행해야 하는 이유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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