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옛말…미국인들 “내집 마련도 결혼도 어렵다”

2024. 8.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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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생활 여전히 꿈꾸지만 실현 기대는 낮아져
'경제적 이동성' 감소…부의 불평등 심화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미국인들은 여전히 주택을 소유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편안한 은퇴를 맞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꿈꾸지만 그것을 실제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31세 청년 케빈 머피는 “아메리칸 드림은 나에게 그 어느 때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면서 데이트 비용 때문에 연애 상대를 찾는 것조차 전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연봉 9만5000달러(약 1억2700만원) 이상이거나 주택을 소유한 사람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WSJ와 시카고대학교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달 미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주택 소유가 미래 비전에 필수적이거나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주택 소유가 쉽거나 어느 정도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재정적 안정과 편안한 노후가 “필수적”이거나 “중요하다”는 사람은 각각 96%, 95%였으나 “쉽게” 또는 “어느 정도 수월하게 이룰 수 있다”는 응답은 각각 9%, 8%밖에 되지 않았다.

또 응답자 중 62%가 결혼이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비전에 “필수적이거나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7%에 그쳤다.

이처럼 미국인들은 염원과 실현 가능성 사이에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성별과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나타났지만 연령별로는 젊은 세대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고 WSJ는 부연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대는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12년 전 공공종교연구소(PRR)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사실”이라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응답이 3분의 1로 줄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많은 측면에서 미국인들이 성공 가능성이 줄었다고 느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에머슨 스프릭 초당적정책센터(BPC) 이코노미스트는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 측면들은 과거 세대와는 달리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경제적 변화 두 가지로 민간 부문 연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거의 사라진 점과 주택 구입 비용이 급증한 점을 꼽았다.

경제학자들은 개인이나 가족의 경제적 지위가 자신의 세대 또는 다음 세대에 개선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경제적 이동성(economic mobility)'이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나다니엘 헨드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 라즈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40년에 태어난 사람의 약 90%가 부모보다 더 잘살았지만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이 비중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헨드렌 교수는 “부모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여전히 동전 던지기지만, 경제적 이동성은 아마 2020년대 초반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티 교수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중산층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에 주목해 아메리칸 드림을 바라본다. 특히 백인 미국인들에게 이 목표는 지난 15년 동안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인들은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가능성과 가난에서 벗어날 가능성의 측면 모두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것이 맞다”고 체티 교수는 말했다.

이에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는 부의 불평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스콧 윈쉽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이 소비자 금융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89년 상위 10% 부유층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미국인 전체 중위 순자산의 15배였으나 2022년에는 이 비율이 약 20배로 증가했다.

경제는 투자자들, 금리가 낮을 때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을 비롯해 일부 사람들에게는 잘 돌아가고 있고, 이로 인해 고소득 미국인들과 다른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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