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내 흉기 피습 부른 하루인베스트 '코인런'

편지수 2024. 8.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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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제계획 '불투명'…투자자들 "사법부도 소극적"
지난해 6월 14일 서울 강남구에 자리잡았던 하루인베스트, 블록크래프터스의 서울 사무실. /사진=비즈워치
재판부는 사건 열람을 신청해도 계속 거부하고, 하루인베스트 대표인 이 씨도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니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보석으로 나온 후에도 도대체 변제가 되는 건지, 사건 열람이 되는건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발생한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씨의 피습 사건을 목격한 A씨는 이같이 말했다.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씨는 전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50대 남성 B씨로부터 흉기로 공격을 당했다.

B씨는 A씨와 마찬가지로 하루인베스트 입출금 중단 사태 피해자로 알려졌다. A씨는 "(B씨는) 따로 친분은 없지만 조용한 분이었다. 공판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던 분"이라면서 "비트코인 100개 정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변제 계획 불투명…임원 '묵묵부답'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의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최대 11~12%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자체 트레이딩팀과 10개 이상의 자산운용 파트너와 협력해 자산을 배분해왔으며, 무위험 차익거래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광고와 달리 실제로는 분산 투자가 아닌 불안정한 '몰빵 투자'를 이어왔다. 하루인베스트는 이용자들이 맡긴 자산을 트레이딩 업체인 '비앤에스홀딩스(B&S홀딩스)'에 대부분의 이용자 자산을 맡겼는데, B&S홀딩스가 FTX 사태 여파로 자산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하루인베스트는 지난해 6월 13일 갑작스럽게 입출금을 중단하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하루인베스트는 광고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재무상태가 열악했던 데다 가상자산을 담당한 내부 인력도 1~2명 수준에 불과했다. 하루인베스트 이용자 일부는 모회사 블록크래프터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지난 4월 기각됐다.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씨를 포함한 임원 4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형법상 사기 등 혐의로 공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허위광고를 통해 약 1만6347명으로부터 1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피해자를 위한 변제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2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시글을 마지막으로 아무 공지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보석으로 풀려난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씨를 비롯한 임원진들은 변제 계획을 묻는 피해자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사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하루인베스트 피해자들의 속을 끓였다. 하루인베스트 피해자들은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등사 여부는 담당 재판부 재량에 달려있다. 변제 계획이 불투명하고 사건기록조차 열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성 없는 변제계획, 채권단 내 갈등까지

하루인베스트 사태는 연쇄 코인런 사태로 번졌다. 또다른 가상자산 예치업체 '델리오'도 하루인베스트에 이어 가상자산 입출금 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검찰에 따르면 델리오 정 모 대표는 피해자 2800여명에게서 약 245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델리오 또한 가상자산을 직접 운용해 수익을 낸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하루인베스트와 트라움인포테크에 이용자 자산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인베스트와 트라움인포테크는 모두 B&S홀딩스에 자산을 맡겼다.

델리오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마쳤으나, 가상자산 예치·운용업이 아닌 가상자산 보관업으로 신고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이었지만 가상자산 입출금 중단 사태를 막지 못했다. 고객예치금과 회사 보유 가상자산 수량 등 구체적인 실사자료를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다보니 사태 초반 손실규모를 파악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가상자산을 돌려받지 못한 이용자들은 델리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앞서 델리오 대표 정 모 씨는 수차례 회생절차 개시에 반대하면서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활용한 커스터디, 토큰증권(ST)을 비롯한 신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생절차신청을 기각하면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고, 델리오는 파산절차를 진행 중이다.

델리오는 채무 변제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제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데다 자금 출처도 명확하지 않아서다. 

현재 정 씨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채권단 대표가 채권단 동의 없이 단독으로 정 대표의 구속을 반대하는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델리오 채권자들이 법원에 델리오 대표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델리오로부터 가상자산을 돌려받지 못한 한 이용자는 "정 씨는 피해자 구제는 안위에도 없이 본인의 형사소송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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