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괴물 칩 ‘블랙웰’ 뭐길래, 투자자들 김 빠졌나

김상범 기자 2024. 8. 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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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AI 컨퍼런스 ‘GTC 2024’에서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 미국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1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주식을 팔아치웠다. 탁월한 실적이긴 하지만, 미국 증시의 ‘기술주 랠리’를 독보적으로 견인해온 이 회사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아울러 차세대 AI 칩 ‘블랙웰’의 성공 가능성에도 의문 부호가 그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매출이 300억4000만달러(약 40조1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5억700만달러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6억4200만달러(약 24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68억달러) 대비 174% 늘었다. 3분기 매출은 325억달러(약 43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 대비 2.1% 하락했다. 분석가들은 3분기 전망치가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 그리고 차세대 AI 칩 블랙웰 수요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처음 소개한 AI 칩이다. 2022년 나온 ‘호퍼’ 시리즈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전력 소모량에 따라 B100, B200로 나뉜다. 2개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하면 ‘GB200’이라는 AI 가속기가 된다.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을 빠르게 구현하도록 설계된 전용 하드웨어를 뜻한다. 엔비디아는 GB200이 호퍼 시리즈(H100)에 비해 최대 30배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웰 칩이 ‘괴물 계산기’로 불리며 시장의 기대를 끌어모은 배경이다. GB200에는 H100보다 2배 더 많은 16개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기 때문에, 이를 만드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같은 메모리 회사들에도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올 4분기 출하 예정이던 블랙웰이 생산 지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이달 초 알려졌다. GPU 연결 부분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블랙웰 GPU를 대량 주문해 AI 데이터센터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출시 지연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는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블랙웰 GPU 마스크(회로 설계 플랫폼)를 변경했다”며 설계 결함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제품은 기존 예정대로 4분기 출시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수십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엔비디아 GPU 매출의 절반가량이 아마존 등 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서 나온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으며 H100 수십만대를 사들였는데, 블랙웰이 전작을 대체할 만큼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아울러 올해 중 수십억달러의 ‘소버린 AI’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소버린 AI는 각국 정부 주도로 해당국의 제도·문화·역사·가치관을 이해하는 AI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소버린 AI로의 수요처 확장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기존 수요의 주축인 엔터프라이즈(기업용) AI 성장성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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