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가 연락처·안면 인식까지 요구···여기 어딥니까
물건 구매 시 개인정보 과도하게 수집
중국 상하이에 있는 대학 캠퍼스 내 자판기 대부분이 물건 구매자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자판기는 안면 정보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은 28일 상하이 한 대학의 류제(가명) 교수와 법학과 학생 7명이 자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류 교수팀은 상하이 내 28개 대학에 설치된 자판기를 현장 테스트한 결과 45대 중 40대가 구매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야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또 일부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위챗)과 연동을 해야 했고, 일부는 위챗페이나 알리페이의 안면 인식 결제를 유도했다. 류 교수는 자신의 경험에서 이런 문제 인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이 사용한 자판기는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할지 고를 수 있었지만, 입력을 거부하면 물건을 살 수 없었다. 가짜 옵션인 셈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관련 기사에 “개인정보는 한번 잃어버리면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으로 엄청난 문제다”, “개인정보는 돈인데 정상적인 서비스에서조차 노골적으로 ‘돈’을 강탈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상대적으로 개인 정보 보호 인식이 약한 중국에서는 결제뿐 아니라 아파트 출입, 지하철·기차 등 교통수단 탑승 등에 광범위하게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에는 휴지 도둑을 막겠다면서 공공 화장실에 안면인식을 해야 휴지를 제공하는 기계를 설치하는 일도 있었다. 범죄 방지 기능을 앞세우고 있지만, ‘감시 사회’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대부분 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중국 학생들에게 개인 정보 보호는 무감각해지기 쉬운 문제다. 학교 안은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류 교수팀은 10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관련한 여론 조사도 했다. 이 결과 캠퍼스에서 자판기를 이용한 적이 있는 학생은 75%에 달했고, 이들 중 약 86%가 구매를 위해 위챗 계정이나 휴대전화, 안면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수용 이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와 “불합리하지만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각각 절반씩이었다.
류 교수는 “생활 속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해 대부분 무감각해졌지만 무감각할수록 숨은 위험은 더 커진다”고 경고하면서 관련 법률 개선과 홍보 및 교육 강화, 관련 기업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촉구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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