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당직 후 잠들었다가’…‘수련의 성폭행 피살’ 시위 확산
[앵커]
인도에서는 국립병원 수련의가 병원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을 둘러싸고 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적어도 백 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하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여성 수련의가 숨진 사건이 시위를 촉발한 계기라고 하는데, 어떤 사건인가요?
[기자]
인도 동부 콜카타에 있는 인도 국립병원인 RG 카르 병원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서른 시간이 넘는 교대 근무를 하던 서른한 살의 수련의가 휴게 공간이 없어 세미나실에서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수련의는 다음 날 아침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피해자 유가족 : "그녀는 의학박사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이것이 그녀의 꿈이었어요. 올해 11월에 결혼식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 수련의가 세미나실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 추적에 나섰는데요.
체포된 용의자는 병원 자원봉사자였습니다.
거의 모든 병동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었던 자원봉사자가 세미나실에 들어간 것이 병원 CCTV에 포착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자원봉사자는 과거에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제대로 된 신원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가족은 집단 성폭행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힘들게 근무를 하던 중 잠깐 눈을 붙이다가 비극이 일어났는데요.
병원 안전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동료 수련의들이 항의하고 나섰죠?
[기자]
동료 수련의들이 책임자 처벌과 신속한 수사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인도수련의협회연합 회원들도 일부 업무를 중단하는 파업을 했는데요.
신속한 사건 조사와 국립병원 보안 규정 신설을 요구했습니다.
[알카/시위 참여 의사 : "너무나 극악무도한 범죄여서 모든 인도인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국가라는데, 이 나라의 여성들은 언제 자유로워질 수 있나요?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없습니다."]
수련의들의 항의 시위에는 일반 시민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는데요.
콜카타에서는 수천 명이 촛불 시위를 벌였고, 수도 뉴델리에서도 의사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인도 최대 의사단체인 인도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수련의들이 쉴 공간도 없다며, 노동환경을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인도 의사 가운데 약 30%, 또 간호 인력의 80% 정도가 여성이라고 하는데, 이 여성 의료 인력들이 야간 근무를 설 때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각종 범죄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처음에는 의사들 위주로 일어났던 시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면서요?
인도 정부도 강경 진압에 나섰죠?
[기자]
콜카타를 중심으로 시위가 점차 격화되고 있습니다.
인도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적어도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또 시위는 콜카타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위대 수천 명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데요.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맞서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기 시작합니다.
물대포도 동원됐는데요.
시위대를 향해 곳곳에서 물대포가 발사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주저앉아 도로를 점거하기도 하는데요.
적어도 백 명 이상이 폭력을 유발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의료 인력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경찰의 대응이 신속하지 않았다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합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수도 뉴델리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살해 사건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당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20대 여대생이 6명의 다른 승객들로부터 잔인하게 성폭행을 당하고 숨졌습니다.
이 사건은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분노를 자아냈는데요.
사건이 일어난 지 8년 만인 2020년 가해자 가운데 4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앵커]
시위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 총리의 퇴진도 요구하고 있죠, 정치 집회로 확산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기자]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치 집회로 확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사건이 일어난 웨스트벵갈주의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웨스트벵갈주의 마마타 바네르지 주 총리는 인도에서는 흔치 않은 여성 주 총리로 여당이 아닌 야당 소속입니다.
웨스트벵갈주 정부는 사건이 일어난 뒤, 병원에서 수련의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지정하고, 병원에 CCTV로 감시하는 안전 구역을 설정하는 등 여성 안전을 위한 여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또, 경찰의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데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이 사건을 인도 중앙 수사국이 대신 수사하도록 했는데요.
하지만 시위가 격화되자 바네르지 총리 측은 인도의 집권 여당인 BJP가 자신들을 몰아내기 위해 이번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여당 BJP는 주 정부가 여성에게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난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위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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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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