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AI 상승 랠리’ 나스닥 기술주 어디로…월가 “이 종목으로 돌아가라”
젠슨 황 CEO “블랙웰 대량 생산”
500억달러 자사주 매입 소식에도
매도세 몰려…아시아 관련주 하락
월가선 “기술주 랠리 사그라들 듯”
애플·ANET·삼성전자·TSMC주목
지난 7월 중순까지 이어진 AI 랠리가 수그러드는 것을 계기로 기술주 침체기가 다가왔다는 진단과 더불어 그간 AI 열풍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진 기술 기업 중 현금 흐름이 좋고 꾸준한 소비 수요를 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투자 심리가 흔들린 가운데 29일(이하 현지시간) 아시아 증시에서는 엔비디아 관련주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에 휩쓸려 오후 장 중 각각 5%대, 3%대 낙폭을 기록하는가 하면 대만증시에서는 TSMC 주가가 2%대 떨어졌다.
회사가 발표한 2025회계연도2분기(5~7월)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 넘었고, 50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내다판 결과다.
수르 연구원은 “기업 대상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와 차세대 네트워크(5G) 사업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AI용 특정 용도용 집적 회로(ASIC)를 비롯해 클라우드·데이터 저장·AI 관련 사업이 꾸준한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실물 경제 분위기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총 마진이 감소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업계 성장을 앞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JP모건 측은 마벨테크놀로지에 대해 ‘비중 확대’의견과 12개월 목표가 90달러를 강조했다. 28일 시세 대비 32% 가량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 측은 “글로벌 기술주가 내년에는 침체 순환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며 기존에 주가가 빠르게 오른 반도체 소재와 AI 공급망 관련 기술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투자 열풍이 정점을 찍는 시점을 정확히 짚을 수는 없지만 사이클이 후반에 접어든 만큼 관련주 추격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측은 “당장은 AI용 반도체가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급 부족 상태가 해소될 것”이라면서 “내년부터는 AI용 반도체 기업이 기존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고, AI인프라스트럭처보다는 AI어플리케이션 투자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편향 기술주 침체에 대응하는 방안으로는 △현금 흐름이 좋고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면서 수요가 반복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따랐다.
미국 기술주의 경우 애플(AAPL)과 시게이트(STX), 델 테크놀로지스(DELL), 아리스타네트웍스(ANET) 등이 꼽힌다.
애플은 한 때 AI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기술주 침체 국면에서는 현금 흐름과 꾸준한 제품 수요를 감안할 때 주가 방어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시게이트나 델의 경우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계 호황이 2~3분기째에 접어들었지만 흐름이 평균 4~6분기 동안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리스타네트웍스는 AI용 컴퓨터 네트워킹 시스템 수요에 따른 이더넷 매출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증시의 경우 전통적인 반도체 강자 기업인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방어력 높은 기술주로 꼽았다.
두 종목 모두 AI 기대 기대감을 받았지만 AI 외에도 다른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월가에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오는 30일까지 해당 종목 주가가 10% 가량 오르거나 떨어지면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에서 가중 시가 총액 기준 비중이 6.6%에 달한다.
나스닥100지수에서는 8%,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에서는 14%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주가 지수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시세도 덩달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예상도 나왔다.
28일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분기 매출이 300억4000만달러, 조정된 1주당 순이익(EPS)는 0.68달러라고 밝혔다.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22%, 순수익은 168% 급증한 결과다. 2분기 실적은 LSEG 집계 기준 전문가 기대치 평균(매출 297억달러·EPS 0.64달러)을 웃돌았다.
다만 투자자들은 폭발적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의 해당 분기 총 마진율은 75.1%를 기록해 1년 전(70.1%)보다 높아졌지만 직전 분기(78.4%)보다 떨어졌다.
이날 엔비디아 경영진은 50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1년 전 실적 발표 당시에는 25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선언했는데 이보다 더 늘어난 규모임에도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산 블랙웰 양상 시점과 관련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올해 4분기 대량 출하가 이뤄질 것이며 수십 억 달러 수익을 낼 것으로 본다”면서 “AI용 반도체 공급이 매 분기마다 개선될 것이며 내년에는 2024년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기 때문에 내년은 전반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이달 초 디인포메이션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라인인 블랙웰이 생산 차질을 겪은 탓에 대량 생산 시점이 2025년 1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면서 투자 불안감이 커진 바 있다.
엔비디아 성장세 둔화 우려가 고개든 가운데 황 CEO는 소버린AI에 주목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가 중요하며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주요 고객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를 비롯해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이나 AI스타트업체들이었지만 차세대 고객층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이나 정부를 주목한 셈이다.
소버린 AI란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나 인프라를 활용해 나라의 제도나 지역 문화, 역사, 가치관을 정확하게 인식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과 AI를 개발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정부는 GPT-4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을 위해 1억 파운드, 슈퍼컴퓨터에 9억 파운드를 투입하기로 했고 네덜란드 정부도 지난 1월 ‘생성 AI 계획’을 발표하면서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대규모 과학기술 기반 시설 투자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경영진이 지난 6월 엔비디아 본사에서 황CEO를 만나 소버린 AI 모델 구축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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