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더욱 기승…근절 위한 교육·제도적 장치 시급"
기술장벽 낮아지면서 디지털성범죄 증가
삭제 지원 요청 증가세이나 해외 공조↓
불법촬영물 삭제 위한 예산·제도 뒷받침 필요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딥페이크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이렇게 일이 커지고 나서야 알려져서 안타깝습니다. 범죄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는 범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온·오프라인 여성폭력을 막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다. 특히 진흥원은 2018년 4월부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개소해 디지털성범죄자의 피해 상담과 피해영상물 삭제를 돕고 있다. 디성센터는 피해자로부터 신고나 제보를 받으면 불법사이트에서 촬영물을 찾아 삭제하고 증거를 기록해 경찰의 가해자 수사를 돕는 역할을 한다.
디성센터는 2022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7979명의 피해 촬영물 23만 4560건을 삭제했다. 지난해에는 8983명과 연관된 불법촬영물 27만 5520건을 지웠다. 특히 디성센터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딥페이크 등을 악용한 불법 합성·편집물은 5685건에 달한다. 매일 5건씩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을 지우고 있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갈수록 증가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신 원장은 “‘N번방 사건’ 이후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의 특성과 범죄수법이 알려졌고 AI를 이용한 합성 편집기술의 접근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하며 “기술악용이 너무나 손쉬워진 환경에서 디지털 윤리와 규범도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이미 온라인안전법을 만든 영국과 달리 우리는 이 기반이 지금에서야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과 교육의 공백도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는 게 신 원장의 견해다. 학생들 사이에서 범죄와 놀이의 경계선이 분명하게 그어지지 않으면서 현재와 같은 큰 사건으로 비화됐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는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의 부재와 잘못된 놀이문화가 맞물려 발생한 영향이 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도 ‘지인능욕’이라는 이름으로 놀이화된 것이 범죄와 영리수단으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교내 실태조사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관과의 불협화음은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요소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와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 불법촬영물 삭제에 대한 수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진흥원에 따르면 국내법 적용을 받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불법촬영물 삭제율은 95.4%에 달한다.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는 40.5%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미국 등 다른 나라 기관과 아동 성착취물 삭제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삭제율을 높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예산 부족과 제도 미비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는 불법 촬영물 삭제 관련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사이트 운영자가 삭제 요청에 불응할 경우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며 “삭제작업을 위한 인원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해서 딥페이크 탐지 기술과 해외에 자동으로 삭제를 요청하는 기술들을 고도화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한 한계도 있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성범죄는 성매매나 가정폭력과 같은 물리적 폭력과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에 특화된 피해자 지원 역량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반의 폭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가의 책임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성센터의 상담이 필요할 경우 홈페이지에서 피해 상담과 수사·의료·법률 등의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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