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사상 포함 교과서’로 초·중생 교육…우상화 우려

도덕과 법치·어문·역사 3과목 대상…고교·대학 전 학년 확대 계획

밍바오 캡처

중국 당국이 올 가을학기부터 본토는 물론 홍콩·마카오의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시진핑(習近平) 사상이 들어간 새 교과서로 교육에 들어간다고 홍콩 밍바오(明報)와 CCTV 등 중화권 매체들이 28일 보도했다.

CCTV는 교육부 교재국 책임자를 인용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을 전면적이고 체계적으로 교과서에 도입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교육 방침은 지난 2년간 550개 학교 10만여 명을 상대로 시범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국가교과서위원회의 최종 검토와 승인을 받았다고 밍바오가 소개했다.

중국 교육부는 "새 교과서에 시진핑 사상을 체계적으로 구현하고 중국의 우수한 전통·혁명·사회주의 선진 문화를 풍부하게 서술했다"고 설명했다.

초·중학생용 도덕과 법치·어문·역사 등 3과목의 교과서에 포함된 시진핑 사상은 3년 이내에 고교와 대학교 전 학년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도덕과 법치 교과서에는 시진핑의 경제·법치·문화·생태 문명·강군·외교 사상이 항목별로 소개됐다.

시진핑 사상 이외에 중화민족공동체 의식도 강조됐으며, 이를 위해 국가 안보가 최우선 과제라는 걸 부각할 목적으로 1962년 중국-인도 국경 전쟁과 1979년 중국-베트남 국경 전쟁 사례가 명기됐다.

밍바오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최근 대학의 ‘사상 정치과정 건설 강화에 관한 의견’을 채택하고 당을 믿고 애국과 헌신을 다하며 조국 부흥의 중요한 임무를 감당할 시대의 인물을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냈다"고 보도했다.

당 중앙위는 이를 위해 각급 학교에 시진핑 사상 홍보와 실천을 주문했다.

시진핑 사상은 공산당 일당 독재에 시장 경제 수용이라는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견지하면서 사회주의 현대화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자는 게 핵심이다.

중국특색사회주의를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룬 사회주의 현대화로 미국을 넘어선 선진국이 되자는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2017년 11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시진핑 사상을 언급한 데 이어 2022년 10월 20차 당 대회에서도 역설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도 들어갔다.

당장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장쩌민의) 3개 대표론, (후진타오의) 과학 발전관도 올라가 있다. 이 가운데 ‘사상’이 명기된 건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 둘 뿐이며 이는 두 인물을 사실상 ‘동급’으로 여긴다는 걸 보여준다.

시 주석은 20차 당 대회 연설에서 "(시진핑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 정치·경제 등의 위험과 도전을 이겨내고 당과 국가사업에서 역사적인 성과를 이룩했다"며 "당의 전면적 영도를 강화해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차 당대회 이후 5년간 중국이 달성한 성과 배경에 시진핑 사상이 있고, 당을 중심으로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20차 당 대회로 ‘3연임’을 관철해 사실상 장기 독재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이 학생들의 전 교육과정에 시진핑 사상을 포함함으로써 체제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마오쩌둥 집권 때와 마찬가지로 시진핑 개인 우상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박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