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대증원 종결' 선언…의사들 "한국 의료 난파됐다"
"전공의 영영 안 돌아올 것…의료축소 불가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의대증원은 마무리됐다"고 말한 걸 두고 의사들은 "전공의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이제 의대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했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며 "의료개혁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향후 5년간 최소 10조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최근 의대증원 유예 등의 문제로 견해차가 생긴 데 대해서는 "현안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라며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원활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을 뿐, 증원 유예나 원점 재검토 등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앞서 한 대표는 의정갈등을 타개하기 위해 증원 유예 등을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공감한다는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날 '의대증원 종결'을 선언함으로써 더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 복귀 기회를 완전히 날리는 건지 싶다. 당장 수술한 환자의 필요한 조치도 힘든 상황을 용산이 아는지, 이 환자를 용산으로 데리고 가야 하나 싶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빅5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망이다. 여야 정치인 목소리까지 듣지 않는 대통령실에 허탈함이 너무 커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의료시스템은 난파됐다. 한국의 선진의료 항아리를 정부가 발로 걷어차 깨뜨렸다"면서 "아무리 돈을 쏟아붓는다 해도 의미 없는 탕진이다. 필수 바이탈 진료과의 명맥 단절 후폭풍은 수습하기도 어려울 텐데 암울하다"고 했다.
사직 전공의 A씨 역시 "복귀할 사람들은 기존에 다 복귀한 것 같고 해외 의사면허, 미용 시술, 타과 등 다양한 이유로 앞으로 안 돌아올 이들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전공의들은 나머지 요구가 불발돼 2025학년도 증원 철폐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지낸 한 의료계 인사는 "전문의, PA 위주로 바꾼다? 대학병원 진료 핵심이었던 전공의 등을 과소평가한 모습"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다. 현장 상황상 의료 서비스 축소는 불가피하다. 감소 폭도 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용 포기 전공의 B씨는 "돌아갈 명분이 열려야 돌아간다는 전공의도 많다"며 "정부는 전공의, 현장 의사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독재적, 탄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책임 있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야 일부라도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대통령실이 어떤 의제라도 의논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면 의대 교수를 비롯해 전공의, 의대생 모두 기꺼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숫자는 대화 테이블에 절대 올릴 수 없다는 꽉 막힌 태도를 버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의사단체들이 많은데 쭉 소통해왔지만 통일된 의견이 도출이 안 된다, 도출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무조건 안 된다, 줄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어떻게 해야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료 현장을 많이 가봤다. 자기 직책에 헌신하는 분들 많이 봤다"며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께서 강력 지지해주면 의사들 다 돌아올 때까지 이런 비상 진료체계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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