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대 증원 마무리…의사 돌아올 때까지 비상의료체계 가능"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 "멈출 수 없다", "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원칙론적 자세를 고수했다. 의대 증원 문제로 의료계와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여당 내에서도 의료 공백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임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가진 국정브리핑에서 "지역·필수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역에 차별 없이 공정하게 보장하기 위한 개혁"이라며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고 있지만 , 그럼에도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고 기정사실화한 것이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은 "의사 확충과 함께 교육·수련 선진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앞으로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방안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의료 이용체계를 정상화하겠다"며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서, 전문의·진료지원간호사(PA)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전공의 복귀 거부 사태를 전문의·PA간호사 역할 강화로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이 나온 가운데다.
그는 또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진료가 줄어들고 중증·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면서 "권역 중추병원과 2차 병원, 필수의료센터를 육성하고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4대 개혁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거나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 개혁 과정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면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편한 길",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비장함을 보인 대목도 의료개혁 문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가진 기자 질의응답에서도 '의사들이 현장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 수 개월째 지속돼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의사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전향적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의대 증원에 대해서 완강히 거부하는 그런 분들의 주장을 지금 말씀하고 계신 것 같다"며 "의료 현장을 한 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이라고 가시 돋힌 응수를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들도 있지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그 이유이지 이것 때문에 멈출 수는 없다"며 "국민들 생명권·건강권이 공정하게 보장되도록 하는 게 의료개혁인데, 국가가 그걸 안 하면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정부는 헌신적인 의료진과 함께 의료 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고도 했다.
그는 "의료개혁 문제도 노동개혁이나 저출생 문제만큼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수백 조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저출생 문제가 해결이 안 됐지 않느냐. 그러면 어차피 안 되는 거니까 돈을 다른 데 쓰고 이 문제는 포기하고 외국 근로자들 받아다 쓰자,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나 정치권 일각의 '증원 규모 조정' 주장의 수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이미 4월 1일 의료개혁 대국민담화 때 다 말씀드렸다. 의사 증원 문제를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37회에 걸쳐서 의료인 단체들과도 협의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는) 의료 수요에 대한 합리적인 추계를 해서 어느 정도 인원 증원이 필요한지 (안을) 내라고 하면 한 번도 낸 적이 없다"며 "그래서 정부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의료인 양성 문제는 최소 10~15년이 걸리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제 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라고 의료계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저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얘기했고 의사 단체들과 소통을 해왔지만 통일된 의견 도출이 안 되더라. 그렇다고 도출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래서 저희가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합리적 수요 추계를 제시하고 거기에 터 잡은 답을 내놓으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를 해왔는데 그게 없었다. '무조건 안 된다', '오히려 줄여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저는 의료 현장을 많이 가봤다"며 "실망스러운 분들도 많이 있지만 자기의 직책에 정말 헌신하는 의사·간호사 분들을 많이 봤다. 정부도 노력하고 또 국민들께서 좀 강력히 지지를 해주시면 이런 비상진료 체계로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혁 과정을 통해서 1차·2차·3차 병원 간의 기능적 역할 분담이 아주 건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원래 취지대로 의과대학에 기반한 종합병원들은 의학 연구와 최중증, 희귀병 진료에 좀 매진하고, 수술·응급 등 기본적 중증 필수 진료는 2차 지역 종합병원에서, 경증은 가까운 곳에 있는 의원에서 해나가는 것으로 기능 분담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미복귀 사태로 대형병원 진료가 과거에 비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1·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들이 향하고 있는 상황을 '건강한 기능적 역할 분화'로 표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기능 분담이 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응급실에 가보면 50% 정도는 우선적으로 응급조치를 해야 되는 분들이고 나머지는 2차나 1차 병원에서 해도 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라며 "지방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보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그것은 우리 의료개혁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거 왜 그러느냐, 그 분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거든. 그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수가를 개선해야 된다"고 헀는데, 이 과정에서 '않거든'은 비존대어인데 그대로 전파를 탔다.
다만 이날 국정브리핑에서는 의료계를 향한 일종의 '당근'도 제시됐다. 윤 대통령은 "공정한 보상체계를 확립하겠다"며 "중증·응급을 비롯한 필수·지역의료 수가를 대폭 개선하겠다.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개편해 왜곡된 보상구조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또한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의료인 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통해 피해자는 충분히 보상받고, 형사처벌 특례를 도입해 의사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수가 정상화와 의료소송 면책 등은 의료계의 숙원 사안이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의료개혁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에 나서겠다"며 "건강보험 중심의 재원 조달에서 벗어나,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와 지역·필수의료 기반 확충에 향후 5년간 최소 10조 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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