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표식 선명한데도···이스라엘군, 또 구호차량에 총격

선명수 기자 2024. 8. 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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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은 유엔 세계식량계획 구호 차량. WFP 제공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유엔 구호 차량에 총격을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전날 오후 구호품을 실은 호송 트럭과 함께 이동 중이던 WFP 소속 구호 차량 1대가 와디 가자 다리의 이스라엘 검문소 인근에서 최소 10발 이상의 반복적인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WFP는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검문소 접근 허가를 여러 차례 받았고, WFP 구호 차량임을 알리는 표식이 명확했음에도 불구하고 총격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 중 (구호 차량에 대한 공격이) 처음 발생한 사건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필요한 승인을 받았음에도 WFP 차량이 검문소 근처에서 직접 총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공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차량에 탑승한 직원 중 사상자는 없었으나, WFP는 직원 안전을 위해 가자지구 내 이동을 잠정적으로 전면 중단했다. 가자지구 내 식량 상황이 가뜩이나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피란민들의 ‘생명줄’ 역할을 했던 구호 손길마저 묶여버린 것이다.

신디 매케인 WFP 이사는 “이것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스라엘 당국과 모든 갈등 당사자에게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전에도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는 물론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기구와 국제구호단체의 차량을 공격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4월에는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의 구호 차량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영국과 호주, 폴란드, 미국 국적 등의 구호 활동가 7명이 숨졌다. 이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이례적으로 폭격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작전 실패로 인한 오폭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외국인 희생자가 여럿 발생한 사건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했으나, 그간 팔레스타인 구호 요원이나 구호 시설, 구급차 등에 대한 공격은 아무런 제재 없이 계속돼 왔다.


☞ 지난해 살해된 구호요원 280명···절반 이상이 가자지구서 사망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8191542001

유엔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군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공격을 받은 차량에 WFP 로고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었다며 “WFP 로고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로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이번 공격을 비판했다. 이어 “구호요원들은 유엔을 대신해 활동하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그들의 활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군이 가자지구 내에서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격 외에도 가자지구에선 연일 무차별 폭격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8일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피란민 대피소로 쓰이던 학교를 공격해 피란민 8명이 사망했다. 남부 칸유니스에서도 공습으로 최소 11명이 사망하는 등 이날 하루 새 가자지구 전역에서 34명이 숨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군이 이 중부 일대에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알아크사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650명이 병원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WFP도 중부 공격이 계속되며 이 지역에 위치한 WFP 구호물품 창고 다수가 폐쇄됐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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