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자만 배 불려” 할당관세 둘러싼 논란

안광호 기자 2024. 8. 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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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입과일 가격인하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이유로 할당관세 품목과 물량을 확대하면서 수입업체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할당관세 확대에 따른 관세 지원액과 수입업체 명단 등도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키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농축산물(가공용 및 사료용 원료 등 포함)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총 71개다. 할당관세는 기본 관세율의 최대 40%포인트 내에서 특정 품목의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가감하는 제도로, 대부분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윤석열 정부는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당관세 품목과 물량을 크게 늘려왔다. 연도별 적용 품목 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22개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38개, 지난해 46개 등으로 확대됐다.

정부 지원액도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의 ‘할당관세 부과 실적 및 결과 보고’를 보면 지난해 46개 할당관세 품목의 관세 지원액은 약 3400억원이다. 올해는 70개 넘게 지정되면서 관세 지원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할당관세 정책을 무분별하게 남발한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때는 사료, 비료, 농약 원료를 주로 적용했으나, 현 정부는 국내 농가 생산물과 직접 경합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대파, 당근, 배추 등 국내 민감 품목으로 확대되면서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축산물 수입업체들이 할당관세 확대 등 영향으로 큰 수익을 거뒀지만, 업체별 관세 지원액과 수입업체 명단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바나나 등을 국내에 수입하는 돌 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약 337억원으로, 전년(약 33억원)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국회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식품부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처음엔 ‘관련 자료가 없다’고 했다가, 최근엔 ‘관세청 자료라 줄 수 없다’거나 ‘개인정보 동의 없이 제출할 수 없다’는 등으로 말을 바꾸면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특정업체의 수입량과 매출 등은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출이 어렵다”면서 “물가 안정과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면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할당관세 품목과 물량을 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 관계자는 “기업의 영업 정보 보호를 핑계로 특혜를 입고 있는 업체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윤석열 정부가 농업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 먹거리 물가 잡으려 ‘할당관세’ 남발…농가 “생존 위협” 반발
     https://www.khan.co.kr/economy/market-trend/article/202407050600015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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