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막 내린 조희연의 서울교육…“후회 없다, 혁신교육은 계속”
29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1층 정문 앞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섰다. 조 교육감은 30분 전 대법원의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으로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임기를 2년 앞두고서다. 갑작스럽게 마지막 퇴근길을 맞이한 조 교육감은 교육청 입구까지 줄지어 선 교육청 직원 300여명의 얼굴을 둘러본 뒤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해직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해직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법원의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 선고와 관련 법률에 따라 저는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한 10년의 역사를 마무리합니다.”
조 교육감은 “누구나 살면서 몇번쯤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로운 가치에 몸을 던져야 할 때가 있다”며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2018년이 제겐 바로 그런 시기였다. 당시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했다.
이어 “2018년 복직된 교사들의 당초 해직사유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시민으로서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며 “그 복직은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비극 이후 요구되는 교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자신의 임기 동안 혁신 교육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점수로 차별하고, 학생의 머리 모양을 단속하며, 체벌이 횡행하던 권위주의 학교문화는 이제 사라졌다”며 “서울교육은 우리가 오랫동안 부러워했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교육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부족한 저를 10년 동안 성원해 주시고, 함께 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교육공동체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인사를 마친 조 교육감은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포옹한 뒤 “세계 최고의 특수교육 정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현장에 나온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조 교육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 자신을 기다리던 교육청 직원들 하나하나와 15분 동안 악수를 했다. 조 교육감은 “고마웠다” “빨리 가서 식사하시라”는 말을 건넸고, 일부 직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육감은 진보성향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과 인사하며 “이제 다른 (선출직) 도구를 사용해주셔서 서울 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달라. 저는 자유인으로 잘 지켜보고 박수 치겠다”고 말한 뒤에 차를 타고 떠났다.
학자였던 조 교육감은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시작으로 2018년과 2022년 연속으로 당선되며 첫 3선 서울시교육감이 됐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교육 불평등에 도전하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밝힌 조 교육감은 전임인 곽노현 전 교육감이 씨앗을 뿌린 무상급식을 유·초·중·고로 확대해 완성했다.
2002년 서울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에 공립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 등을 설립했고, 자유학년제 교육과정을 도입한 오디세이 학교도 설립했다. 한편 ‘일반고 전성시대’를 주창하며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한 고등학교가 제기한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일반고 전환 정책도 백지화됐다.
조 교육감은 세 번째 임기에 들어서는 ‘국·토·인·생’(국제공동수업·토론교육·인공지능교육·생태전환교육)을 제시하는 동시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과 맞서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사망 사건 이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 침해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주장을 들고나온 보수진영의 주도로 서울시의회에서 폐지안이 통과되자 조 교육감은 대법원에 폐지 무효 확인 소송을 청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0월16일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설세훈 부교육감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진보진영에서는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등 정치인의 출마가 점쳐졌으나 후보자 등록으로부터 1년 전에 당적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출마가 불가능하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지난 선거에서 단일화를 했던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김경범 서울대 교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거론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2022년 선거에 나섰던 박선영·조전혁 전 의원, 안양옥 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거론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본인의 부인에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다만 조 교육감의 대법원 선고가 갑작스럽게 이뤄져 급하게 치러지는 선거이니만큼 인지도가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항상 교육감 선거에서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단일화 여부도 주요 변수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으로 교체될 경우 학교 서열화와 경쟁 교육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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